제주 이호 해안사구 훼손 논란…"수백년 마을 지킨 언덕, 복구하라"

마을회 "행정, 제대로 된 실사 없이 건축허가, 취소해야"
주민들이 직접 심은 소나무 훼손도 확인돼

제주시 이호1동 서마을회가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마을 해안사구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개인사업자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훼손된 사구를 즉각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 해안가 마을의 해안사구가 개발사업으로 인해 훼손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시 이호1동 서마을회는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마을 해안사구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훼손된 사구를 즉각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곳은 이호동 375-41번지 해안사구(모래언덕)이다. 일명 '섯동산'이라고 불렸던 이호 해안사구의 일부인 이 곳은 오랜 세월 바다의 강한 모래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 2006년 인근 도로 개설 후 해안사구 절반가량이 절취됐지만 남은 부분이라도 소중한 마을 자산으로 유지해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들은 모래가 도로에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석축을 쌓고 둔덕 위에 모래를 다지고 소나무를 심었다. 해당 해안사구는 도로 부지로 편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인접한 부지에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 개발사업은 3층 규모의 상가를 짓는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제주시 이호동 375-41번지 해안사구(모래언덕)가 훼손되기 전(사진 위)과 훼손된 후 지난 6일 촬영한 현장 모습.(이호1동 서마을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서마을회 주민들은 "지난해 12월31일부터 이틀간 개인사업자가 건물을 짓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해당 해안사구까지 깎아내리고 소나무를 뿌리채 뽑아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며 "개발사업 허가를 취소하고 훼손된 해안사구를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해안사구 훼손 과정에서 주민과의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훼손 없이도 진출입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도 제주시가 해안사구를 무너뜨리고 도로를 만들도록 도로점용 허가를 내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제주시가 제대로된 실사를 하지 않고 해안사구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 혹은 불인지하고 건축개발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시는 처음 정당한 허가라고 발뺌하다가 나중에는 해안사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며 행정의 책임도 물었다.

해당 공사는 지난 2일부터 멈춘 상태다. 건축주는 관련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 이호1동 서마을회가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마을 해안사구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개인사업자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훼손된 사구를 즉각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News1 홍수영 기자

앞서 전날 진보당 제주도당은 성명문을 내고 "제주시의 부실한 실사와 허가 과정에서 비롯된 과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이라며 "산지전용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불법적으로 뽑힌 소나무를 복구하며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 '제주자연의벗'도 성명서를 통해 "이호 해안사구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제주도는 조례상 해안사구보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수조사 및 세부 보전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