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3번 이겨내고 지구 한바퀴"…올레길 100회 완주' 80세 한창수씨

서울서 제주로 아예 이사 15년 7개월간 4만3136㎞ 걸어
"날 살린 길, 150회 완주가 새 목표…지금도 하루 2만보"

제주올레길 100회 완주한 한창수씨(왼쪽)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제주올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3번의 암을 이겨내고 제주올레길 '27개 코스 437㎞'를 100회 완주한 올레꾼이 나왔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해 만 80세의 한창수 씨가 제주올레길 100회 완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제주올레길 100회 완주는 한 씨가 처음이다.

제주올레 길은 제주 전역을 잇는 27개 코스, 총 437㎞의 장거리 도보여행길이다.

기상 변화와 지형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 한 번의 완주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창수 씨는 2010년 4월 4일 자신의 생일날 처음으로 제주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딸의 완주 소식을 들은 후 '나도 못 걷겠나'라는 마음이었다.

처음엔 길을 잘 몰라 같은 코스를 반복하거나, 해가 지기 전 완주하지 못해 헤매는 일도 많았다.

한 씨는 제주올레길과 인연을 맺은 후 며칠 되지 않아 제주에 집을 구하고 본격적으로 길에 나섰다.

하지만 곧 시련도 이어졌다.

2012년 흉선암, 2013년 혈액암, 2014년 전립선암을 잇달아 진단받았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가 계속됐다. 체력은 크게 떨어졌지만, 그는 치료가 없는 날마다 짧게라도 걷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체력을 되찾으며 2017년 12월 21일 첫 완주증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11월 25일까지 15년 7개월 21일 동안 누적 4만3136㎞, 지구 한 바퀴(약 4만㎞)를 넘어서는 거리를 걸어내며 100회 완주를 달성했다.

한 씨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지금도 하루 2만 보 이상 걷기를 지속하며 "10년 안에 150회 완주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 씨는 제주올레 코스 오르막을 힘들어하는 올레꾼들을 위해 직접 만든 지팡이를 기부하기도 한다. 그는 "제주올레 길은 내게 생명의 길이자 나를 다시 살린 길"이라고 말했다.

제주올레길 100회 완주 기념 목각 간세.(제주올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올레길은 완주가 목적이 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성취감으로 다시 길을 찾는다"며 "80세에 100회 완주를 이룬 한 씨처럼 나이나 건강에 주저하지 말고 길을 걸어 건강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올레에서는 지난 9월 3만 번째 완주자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올레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길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작올레', '아카자봉', '지금, 올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