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생들이 일군 작은 기적…20주년 맞은 '푸른 꿈 작은 공부방'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년 가는 것도 힘든 공부방이 벌써 20년이 됐다는 게 '기적'이 아니면 뭘까 싶고…"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던 15일 제주시 건입동의 한 골목길. 작고 수수한 1층짜리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의 2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공부방 아이들이 만든 종이 꽃팔찌를 차고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내내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더 큰 도약을 기원했다.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은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학생들이 2006년부터 무려 20년간 직접 운영해 온 열린 교육 공간이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따뜻한 '쉼터' 역할을, 교사를 꿈꾸는 교대생들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성장하는 곳인 셈이다.
당초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은 원도심에서 30년 넘게 버틴 구옥에서 출발했다. 대학생들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 35평 정도의 주택 1층을 보증금 100만 원, 월세 30만 원에 계약했다. 안전 등의 문제로 2016년부터는 비영리민간단체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을 구성해 건물 신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실이 오늘날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이다.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공동체의 힘이 컸다. 제주대학교는 유휴부지 500여 ㎡를 내주는가 하면, 유성건설과 네오플 등 여러 기업과 후원자들은 자금 지원을, 탐라지예 건축설계사무소는 재능 기부에 각각 팔을 걷어붙였었다.
이날 열린 '푸른 꿈 작은 공부방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는 그간의 공로를 기려 △신애경 제주대 사라캠퍼스 부총장 △김민호 전 제주대 교수 △현경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김정훈 씨 △김철 씨 등에게 각각 감사패가 전달됐다.
신애경 제주대 사라캠퍼스 부총장은 "지난 20년간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지켜봐 주시고 지원해 주신 분들을 대신해 제가 감사패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원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꿈들' 구성 당시 행정적 지원을 했던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이 앞으로도 지역 아동을 위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 주시면 고맙겠다"며 "도의회도 늘 응원하겠다"고 했다.
'꿈들' 대표인 허수호 교사는 "푸른 꿈 작은 공부방 1기 방장이었을 때, 길가 단칸방에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최근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선생님께는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감사 인사를 해 왔다"고 감격해했다.
허 교사는 "그동안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을 거쳐 간 아이들만 420명에 달한다"면서 "지난 20년간 대학생들의 무모한 도전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 덕분에 오늘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개 숙여 인사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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