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회' 헌혈왕 "1초의 따끔함이 생명 구한다"
진성협씨, 800번째 헌혈 달성…전국 최다
- 고동명 기자,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오미란 기자 = "1초의 따끔함과 30분의 시간 투자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800번째 헌혈 소감을 묻자 "항상 하던 건데요 뭘"이라며 무덤덤한 어투로 겸손해하던 진성협 씨(62)가 헌혈이 왜 필요한지 묻는 말에는 '헌혈왕'다운 답변을 내놨다.
8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헌혈의 집 신제주센터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무려 '헌혈 799회'란 대기록을 갖고 있는 진 씨가 800회 헌혈을 위해 방문한 것이다. 800회 헌혈은 재주를 넘어 전국 최다라고 혈액원 측이 전했다.
진 씨가 헌혈을 시작한 계기는 친구였다. 초등학교에 함께 다녔던 한 친구가 백혈병의 일종인 재생 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는 같은 소식을 접한 고등학교 3학년 때(1981년 7월 26일)였다. 진 씨 친구는 병마와 싸우다 그 해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진 씨는 어느 날 퇴근길에 들른 헌혈 버스에서 그 친구를 담당했던 간호사를 만난 뒤 평생 헌혈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고 한다.
진 씨는 그렇게 2주에 1번씩 헌혈해왔고 40여년 만에 800회를 달성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하고 싶다"는 진 씨에게 현혈은 의무이자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진 씨는 헌혈 정년인 69세 까지 헌혈 1000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30대인 진 씨 아들도 80회 넘는 헌혈을 했다고 한다.
진 씨는 또 1993년 다회 헌혈자, 간호사, 임상병리사와 함께하는 '나눔적십자봉사회'를 창립한 이래 독거노인이나 소년 소녀 가장, 결식아동, 장애인, 재해·재난민을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이 같은 공로로 진 씨는 2011년 자원봉사 유공대장, 2015년 대통령 표창, 2018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상도 수상했다.
이날 헌혈 현장에 함께한 정태근 적십자사 제주도지사 회장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 씨 얘기를 한다. 진 씨처럼 살아야 한다"고 라며 "진 씨는 헌혈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시간도 3만건이 넘고 꾸준히 성금을 보내는 등 봉사 정신이 투철한 분"이라고 했다.
헌혈의 집 관계자는 "젊은 층의 헌혈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데 진 씨의 진심이 더 많은 이들에게 확산해 헌혈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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