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헌트릭스' 닮은 꼴인 최초의 제주 무당은 누구?

춤과 노래로 악귀쫓는 헌트릭스, 무당과 유사
"제주 신화, 남성신보다 여성신 역할 커"

지난 9월1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음반이 전시돼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넷플릭스의 세계적인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는 돌하르방과 무속 신앙, 산담 등 제주와 연관된 소재가 등장한다. 작품에서 제주라는 지명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세계 무대에 오른 애니메이션에 제주의 상징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만으로도 도민사회가 반겼다.

케데헌은 케이팝을 축으로 삼아 한국의 설화와 토속 신앙을 끌어온 작품이다. 헌트릭스가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친다는 설정은 '굿'을 연상케하는 데 제주 신화에는 최초의 무당을 다룬 얘기가 있다.

'자지명왕 아기씨' 설화는 무당(심방)의 근원을 다루고 있다.

'제주도 신화(현용준, 1976)','제주도 무속과 서사무가(장주근, 2001), '탐라유사 8부작 제주의 신화전설민담(이석범, 2016)'등의 문헌에 따르면 자지명왕 아기씨는 무조(巫祖, 무당의 시조)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삼시왕의 어머니다. 삼시왕은 '삼하늘'에 살면서 옥황상제를 보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신이다. 이들은 일반본풀이 중 하나인 '초공본풀이'의 등장인물이다.

자지명왕 아기씨는 아들 세명을 낳는데 이들은 '잿부기 삼형제'라 불렸다. 능력은 출중하나 가난해 재 위에다 글씨를 쓰며 공부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설화는 어머니가 3000선비에게 죽임을 다하자 원수를 갚고 저승에서 무조가 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후 이들이 사용하던 신칼, 북, 장고, 꽹과리 등의 무점구와 악기를 물려받은 인물이 최초의 심방이 되는 유씨 부인이다. 유씨 부인은 무당으로 이름을 떨쳤고 삼시왕과 함께 이승을 떠도는 원한과 고통을 보듬었다고 한다.

"제주 신화, 남성신보다 가족 화목과 마을 번영 이끈 여성신 역할 커"

'헌트릭스'는 임기응변에 강하고 특별한 능력을 선한 일에 사용하는 제주의 여성신들을 떠올리게 한다.

자청비 신화가 등장하는 탐라국 입춘굿(자료사진)/뉴스1

제주 신화는 상대적으로 여성신이 남성신보다 수적으로도 많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경 본풀이'의 주인공인 농경신 자청비다. '이석범의 제주신화'에서는 "자청비는 농경신이며 사랑의 신이다. 아름답고 활달한 여성으로 때로는 남장 선비로, 때로는 여승으로 때로는 수많은 군사를 지휘하는 장수로 변신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문 도령과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고 소개한다.

자청비 이야기를 간략히 살펴보면 자청비는 늦도록 자식이 없던 부부가 부처님께 빌어서 태어났는데, 원래의 약속과 다르게 아들로 태어나지 못하고 딸로 태어났다.

자청비는 우연히 만난 하늘 옥황의 문곡성 문도령을 만나 남장을 하고 함께 글을 배운다. 3년 뒤 문도령이 장가를 가기 위해 하늘로 떠나려하자 그제서야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밝히고 사랑에 빠지고 혼례를 올린다.

그러나 하늘의 선비들이 반란을 일으켜 문도령이 목숨을 잃자 자청비는 서천 꽃밭으로 가서 환생꽃과 멸망꽃을 얻어다 문도령을 살리고 멸망꽃으로 선비들을 물리친다. 자청비는 하늘에서 살라는 옥황의 요청을 거절하고 여러 가지 곡식 종자를 얻어 땅으로 내려와 농경신이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남성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줬다면 제주 신화에서는 여성신이 농경문화를 열어준 것이다.

제주학연구센터 연구보고서 '제주신화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 연구(양영수, 2020)'는 제주 신화의 특징을 "전쟁과 같은 파괴적 상쟁의 역사가 없었던 제주도에서는 남성신의 역할이 미미했고, 가족 화목과 마을 번영을 끌어내는 여성신의 역할이 중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쟁과 권력 다툼을 주도한 그리스 신화의 남성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