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지원하곤 규제만 잔뜩…현실 안맞는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민간동물보호시설 양성화의 그림자③]
제주 민간시설들 '불법' 낙인 위기…내년엔 예산도 감액

편집자주 ...제주지역에선 한 해 약 4000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민간시설 신고제가 전면 확대 시행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신고제가 오히려 유기동물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제프렌즈'가 임시보호소에서 돌보고 있는 유기견.(제제프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도내 유기견, 유기묘 등을 20마리 이상 보호 중인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총 9곳이다. 약 700~800마리의 개·고양이 등 동물들이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 대부분은 내년부터 불법 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23년 4월 도입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에 따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던 보호시설들을 대상으로 일정 조건에 맞춰 시설 및 운영방안을 갖춘 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400마리 이상 보호 중인 시설을 시작으로 보호 동물 수를 기준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민간시설 3곳이 1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어 내년 4월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나머지 6곳도 내년부터는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주에서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한 곳은 전무하다. 현실적으로 개인 또는 비영리 법인·민간단체에서 운영 중인 민간동물보호시설이 법적 기준을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성화라는 명목하에 추진 중인 제도가 오히려 보호시설에 '불법' 낙인을 찍고 더 나아가 유기동물들까지 거리로 내몰릴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이도서관' 임시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마라도 고양이.(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보호시설 명의로 운영되는 시설은 지난 2022년 기준 약 140곳으로 추정된다. 이 중 54.7%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어 비영리법인(27.4%), 비영리 민간단체(17.9%) 순으로 집계됐다.

시설 대부분은 기부금 및 자원봉사에 의존하고 있다. 보호동물 1마리당 연평균 175만원가량 소요되지만 기부금과 개인 자부담만으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적 시설 기준치를 충족하기 위해 수억원의 공사에 따른 개인 부채까지 떠안게 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시는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던 '고양이도서관'과 '제제프렌즈' 운영자들은 수억원의 개인 빚을 지게 됐다.

'한림쉼터' 후원금 모금을 위해 판매 중인 굿즈.(제제프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시에 따르면 민간시설 2곳은 내년도 지원사업 신청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제주지역 지원사업 대상은 1곳에 한정돼 있다. 이마저도 내년엔 국비 및 도비 지원 보조금이 감액될 예정이다.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무와 규제만 주어진 것이다.

제주지역 동물단체 관계자는 "민간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과정에서 각 지역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제도를 추진한 결과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규모화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1~2명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으로, 시설 개선사업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 보조금 확대, 절차 간소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며 "관계부처에 신고 유예기간 연장 등을 건의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추가경정예산 확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기존 국비 지원마저 줄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