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준비한 '중국인 고무보트 밀입국'…17시간 항해, 닷새만에 검거

밀입국자 6명 모두 불법체류 이력
휴대전화 바다에 버리고 GPS도 꺼

지난 8일 오전 제주 해안가에서 발견된 미확인 고무보트.(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중국인들이 약 4개월 전부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중국인 A 씨(30대·남)는 지난 5월 중국 채팅앱인 위챗을 통해 밀입국 광고글을 올려 공범 5명을 모았다.

모두 과거 불법체류 이력이 있었던 이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국이 불가능하자 밀입국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과거 불법체류 기간 선과장, 과수원, 양식장 등에서 일 한 경험이 있다.

A 씨를 제외한 중국인 5명이 각각 약 400만 원씩 모은 2000만 원은 범행에 사용됐다. 출항 하루 전인 지난 6일 약 1800만 원 상당의 고무보트를 구입했으며, 연료유와 식량도 준비했다. 피의자들은 나름 시운전도 하며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시간 7일 오후 12시 19분쯤 중국 장수성 난퉁시 인근 해안에서 출항한 고무보트는 약 17시간 40분 동안 약 440㎞ 거리를 평균속력 13노트로 달렸다. 8일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소재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에 도착한 이들은 그대로 고무보트를 버리고 도주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 A 씨는 이동수단으로 어선을 원했지만 단속 위험과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고무보트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자신의 고향인 난퉁시에서 제주까지 최단 거리를 파악해 항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중국 난퉁시에서 제주도까지 운항한 밀입국 고무보트의 항로.(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의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휴대전화를 바다 위에서 버리고, 해변으로부터 약 20㎞ 거리 해상에 도착한 후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플로터) 전원을 끄는 등 추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해군과 해경, 육경 모두 이들의 밀입국을 잡아내지 못했다. 해당 고무보트가 주민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해경 측은 "제주해경이 관할하는 해상 면적은 전국 바다 면적의 26%를 차지한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크기"라며 "현재 장비와 인력으로는 작은 크기의 고무보트를 감지하는 게 많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밀입국자 6명이 제주도에 고무보트를 타고 도착한 후 도주 경로.(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소 4년에서 최대 7년까지 불법체류 경험이 있는 피의자들은 국내 상황을 잘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 도착한 후 택시를 타고 흩어진 후 각자 지인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중 2명은 각각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연인과 만났다가 경찰과 해경에 의해 검거됐다.

운항자 역할을 맡았던 B 씨(30대·남)는 지난 11일 화물차에 은신해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목포로 빠져나갔다. 충북 청주시까지 이동한 B 씨는 지인이 마련해 준 임시거처에서 머물다 긴급체포됐다. B 씨는 제주도가 아닌 경기도에서 불법체류하다가 지난해 11월 강제출국됐다.

해경은 밀입국자 6명과 B 씨의 도주 및 숙소 마련 등을 도운 조력자 2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피의자 6명은 밀입국을 위해 모이기 전까지 서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범행 준비와 도주 과정 등을 보아 상습적인 밀입국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