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지키자"…2년째 생태계 교란종 뿌리 뽑는 제주 이 마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참여
왕도깨비가지 2600㎏ 제거…친환경 마을 브랜드화 추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화순리마을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해안을 따라 우뚝 솟은 산방산과 월라봉 사이에는 '화순(和順)'이라는 이름의 작은 항구마을이 있다. 형제섬과 가파도,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이 있어 제주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요즘 이 마을의 최대 관심사는 의외로 숲 지대인 '곶자왈'이다.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와 덩굴, 암석이 뒤섞인 곳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인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지대에 형성된 숲을 뜻하는 말로, 화산섬인 제주에만 존재한다.

특히 곶자왈은 울퉁불퉁한 독특한 지형으로 하나의 숲에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화순 곶자왈'이다.

마을 북쪽으로 길이 9㎞, 평균 폭 1.5㎞ 규모로 펼쳐진 화순 곶자왈에는 현재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기반 삼아 세계적으로 희귀한 50여 종의 동식물도 함께 서식하고 있다.

문제는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는 유해 식물들이 화순 곶자왈에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 곶자왈에 있는 왕도깨비가지.2025.9.5./뉴스1

가장 큰 골칫덩이는 '왕도깨비가지'다.

외래종인 이 식물은 번식력이 굉장히 좋은 데다 잎과 줄기에 강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드문드문 나 있어 가축들도 먹거나 접촉하기를 꺼리는 까닭에 정착하면 빠른 속도로 퍼져 고유종의 성장을 해친다.

화순 곶자왈 탐방로를 중심으로 번식하는 왕도깨비가지 퇴치법을 고민하던 화순리마을회는 지난해와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계약을 맺었다. 생태계 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에게 보상금을 주는 이 계약으로 주민 참여를 유도하면서 곶자왈도 지키겠다는 구상이었다.

화순리마을회는 화순 곶자왈 약 10만㎡에 왕도깨비가지가 분포하고 있다고 보고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 작업을 벌였다. 요령을 잘 몰랐던 처음에는 낫이나 괭이로 밑동 위를 모두 베어 냈는데 왕성한 번식력에 혀를 내두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뿌리 자체를 뽑아 버리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주민 약 250명이 제거한 왕도깨비가지만 무려 2600㎏.

현장에서 만난 양재현 화순리 부이장은 "곶자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초제 같은 화학약품 하나 쓰지 않고 일일이 사람 손으로 없앴다"면서 "지금은 70% 정도 제거했다"고 했다.

화순리 마을 주민들이 왕도깨비가지 제거 작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화순리마을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그래도 걱정이 산더미"라고 했다.

여전히 30% 정도는 아직 제거하지 못했고, 그간 제거 작업 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열매들도 많아 또다시 빠르게 번식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화순리 마을회는 현재 왕도깨비가지 제거 작업을 벌이면서 발아 상태 모니터링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생태원과 협력해 CCTV를 설치하며 왕도깨비가지 번식 관계도 확인 중이다.

정성스레 가꾼 화순 곶자왈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 스타트업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유치한 탐방객만 1500명이 넘는다. 화순리마을회는 이 같은 방식으로 관광, 체험, 교육 등과 연계해 화순리를 친환경 마을로 브랜드화한다는 계획이다.

양 부이장은 "단기적인 보상보다 지역이 갖고 있는 생태 가치를 꾸준히 보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관건은 예산이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가 확대돼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그런 차원에서 기업 협업 방안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