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만4525명 이용' 배달기사 사이 입소문난 '혼디쉼팡' 가보니

"쉼터 이용 후 노동조건·삶의 질 나아져" 만족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여름이 빨라지고, 길어지고…콜 받기 전 단 10분이라도 와서 땀 좀 식히다 가면 확실히 충전이 되죠."

지난달 25일 제주시 연동의 누웨마루거리는 8월 말에도 여전히 내리쬐는 햇볕에 늘어선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바람으로 숨이 턱턱 막혔다.

이곳 한 건물 7층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의 문을 열자 단번에 땀을 식히는 에어컨 바람이 쏟아졌다. 평일 한낮임에도 퀵서비스 기사 등 서너명이 TV를 보거나 휴게실 안마의자에 누워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제주어로 '함께 쉬어가는 곳'을 뜻하는 혼디쉼팡은 제주도가 근로환경이 취약한 이동노동자를 위해 마련한 쉼터다. 365일, 24시간 문을 연다.

혼디쉼팡 쉼터는 2019년 제주시청센터를 시작으로 2022년 서귀포센터, 2023년 연동센터가 순차적으로 개소했고, 지난 6월에는 중문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택배·배송 기사뿐 아니라 방과 후 강사, 보험설계사, 생활지원사 등 이동노동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동노동자로 등록만 하면 모든 시설 사용은 무료다.

혼디쉼팡 연동센터에 놓인 이동노동자 폭염안전 수칙 안내문

쉼팡에서 만난 퀵서비스 기사 A 씨는 "개소 때부터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것저것 시설도 좋지만 무엇보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10분이든 몇 시간이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입소문이 많이 나서 주변에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음알음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쉼터에는 대형 TV와 컴퓨터, 안마의자, 혈압계, 퀵보드 충전기 등이 갖춰져 있고 곳곳에 업무 특성과 무더운 날씨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헬멧·모자 살균 건조기부터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팔토시도 간식들 옆에 올려져 있었다.

특히 2023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연동에 세 번째 쉼터가 문을 열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용자 변화를 보면 △2022년 7857명 △2023년 5만 668명 △지난해 7만 4525명으로 3년 사이 949% 폭증했다. 센터에 등록한 이동노동자도 1419명에 달한다.

'거리의 노동자'들을 위해 쉼터 입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만큼 제주시와 서귀포시 각각 2개씩 배치된 쉼터를 두루두루 이용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혼디쉼팡 연동센터에 비치된 혹서기 대비 팔토시

최희영 혼디쉼팡 사무국장은 "작년에는 공휴일과 주말 주간 근무자가 없는 시간대엔 문을 닫았었지만, 여름이 길어지고 이용자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부터는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며 "24시간이라 하더라도 무인으로 운영하지 않고, 상주 직원이 있어 안전과 시설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단한 업무 속 쉼을 위한 공간이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노동자를 돕거나 이용자간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최 국장은 "사고나 개인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변호사나 노무사를 연결해주거나 상담을 지원했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며 "초보 노동자의 경우 쉼터가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센터로 나아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만족도 역시 압도적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내리 90점을 훌쩍 뛰어넘는 만족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209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혼디쉼팡 이용을 위해 노동조건과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1.4점, '다른 이동노동자에게 쉼터를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93.1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

한 대리기사는 지난해 이 조사에서 "사업이 잘 안되고 난 후 아무것도 못하다 대리 일을 처음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던 중 쉼터를 알게 됐다"며 "콜이 없을 때는 PC방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며 기다렸는데 이 또한 부담이었다"고 했다.

그는 "쉼터를 이용하고 나서는 부담도 줄고, 피로도도 많이 줄었다"며 "사회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하는 분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