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참패'…제주 아파트단지 424세대 '통매각' 나온 사연

한국자산관리공사 매물 등록…최저입찰가 4006억원

제주시내 전경./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의 한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 장기화로 인해 결국 통째로 매물로 나왔다.

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소재 모 아파트 단지가 통째로 나왔다. 오는 8일 공개 입찰로 나온 해당 아파트의 최저입찰가는 4006억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아파트는 대기업 계열사인 H중공업이 2023년 7월 425세대를 분양했지만,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를 빚은 바 있다. 하귀리 일주도로변에 있는 이 아파트는 지상 8층·지하2층 17개 동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는 8억9110만원이다.

1·2순위 청약에서 115명이 접수해 310세대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았다. 84㎡는 신청자가 73명에 그쳤다. 이마저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서 단지 전체는 텅 빈 건물이 됐다.

여기에 시공사는 공사비 355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시행사와 대주단을 상대로 법원에 공사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감정평가는 84㎡ 기준 최고 7억4800만원, 122㎡는 10억5600만원, 76㎡는 6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체평가액은 3336억이다. 최저입찰가는 이보다 높은 4006억원이다.

공개 매각을 위탁받은 자산회사 측은 전체 세대 중 1세대를 제외한 424세대와 상가 1곳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일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미분양 사태로 대단지 아파트를 통째로 매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업계는 미분양 사태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투자금조차 회수하기 어려워지자 '아파트 통매각'이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 아파트 분양시장은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7월 말 현재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2486호다. 이중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1611호(64.8%)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분양 주택은 30세대 이상 입주 승인이 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통계가 작성된다.

30세대 미만 다세대 주택과 타운하우스 등 단독주택까지 포함하면 미분양 물량은 더욱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제주도는 미분양 주택 해소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도세 감면 조례'를 개정, 지방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전용면적 60㎡ 이하인 공동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의 50%를 감면해 준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감면해준다. 대상은 전용면적이 85㎡ 이하 공동주택으로 취득 당시 가액이 3억원 이하이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