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장, 기초단체 설치 여론조사 강행…"혼란 야기" 비판 여전

지난 5일 공식화 후 잇단 비판에 "이젠 결론내릴 때" 일축
도, 민주 도의원들 이어 국힘 제주도당, 시민단체도 비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14일 오후 제44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1년간 진행된 공론화 결과를 뒤집는다는 각계의 비판 속에서도 기초자치단체 적정 설치 개수를 묻는 여론조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이 의장은 14일 오후 제441회 도의회 임시회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통해 "이제는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론을 내릴 때"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그러면서 "우리 도민들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늘 강인한 공동체 정신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며 "앞으로의 과정에서도 도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재차 추진의지를 피력했다.

도의회에 따르면 현재 이 의장은 18일 토론회를 거쳐 20일쯤 도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초자치단체 적정 설치 개수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2023년 1년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권고한 3개 설치안(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과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시 을) 제시한 2개 설치안(제주시·서귀포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다.

현재 도는 광역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불거진 도지사 권한 집중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7월 민선 9기 도정 출범에 맞춰 법인격과 자치입법·재정권이 없는 기존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늦어도 이번달 안에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요구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하다는 게 도의 관측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동·서제주시간 갈등, 행정기관 신설비 부담, 제주시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지난해 11월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이 의장이 지난 5일 이번 임시회 개회식에서 "공론화 이후 도민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의장으로서 통렬히 반성한다"며 도의회 주관의 별도 여론조사를 예고한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일찍이 도 관계자는 최근 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숙의토론(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아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정부에 일관되게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나 큰 부담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설상가상 이 의장과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회 의원들도 같은 취지로 연일 이 의장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도의회를 향해 여론조사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도내 36개 단체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도민운동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와서 행정구역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은 더 큰 갈등과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며 "공론화 결과를 뒤집는다면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도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