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산율 감소폭 전국 1위…일·가정 양립 지원책 확대해야"

한은 제주본부 '저출산 특징·원인·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가족친화기업 인센티브 강화·맞춤형 돌봄서비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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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도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에 대응하려면 우선 단기적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책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양재운 경제조사팀 과장과 김명동 조사역이 28일 발표한 '최근 제주지역 저출산 특징, 원인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합계출산율은 2015년부터 감소세가 심화하다가 2019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전국에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통계를 보면 제주의 2015년 합계출산율은 2001년 대비 5.6% 하락해 전국 평균(-5.3%)과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 합계출산율은 2015년 대비 43.8% 줄어 감소 폭이 8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전국 평균(-39.5%)보다 4.3%포인트(p) 낮은 것으로 전국 16개 시도(세종 제외)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양 과장 등은 일·출산·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 상황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는 맞벌이 가구 비율이 2023년 기준 60.5%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신혼부부 맞벌이 비율도 2015년 46.9%에서 2023년 57.8%로 올라 전국 5위 수준을 보이는 지역인 데다, 최근 일하는 기혼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제주지역의 일 하지 않는 기혼 여성의 평균 자녀 수는 2000년 2.7명, 2005년 2.8명, 2010년 2.8명, 2015년 2.7명, 2020년 2.5명으로 완만하게 줄고 있는 반면, 일하는 기혼 여성의 평균 자녀 수는 2000년 2.8명, 2005년 2.7명, 2010년 2.5명, 2015년 2.2명, 2020년 2.0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는 일·가정 양립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23년 기준 제주의 일·생활 균형 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49.1점이었다. 전국 평균(60.8점)보다 11.7점이나 낮았다. 세부 평가 영역을 보면 '지자체 관심도'와 '일' 부문 점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양 과장 등은 단기 대응 과제 중 하나로 '일·가정 양립 지원책 확대'를 제시했다. 이들은 "영세기업들이 경영상 부담을 떠안지 않고 일·가정 양립 확산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또 돌봄 공백이 경력 단절,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내 돌봄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육아휴직급여 인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높임으로써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도 심도 있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