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준 환경공단 이사장 "K-EPR, 기업 글로벌 진출 마중물"

[2025 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 "정부·지자체 탄소중립 가교 역할도"

편집자주 ...2021년 시작해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환경 이슈를 다루는 소통의 장인 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이 올해로 5번째를 맞았다. 뉴스1제주본부는 포럼을 앞두고 포럼 참가자와 주요 세션 등을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지난 9일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 집무실에서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하고 있다.(한국환경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스1) 오미란 기자 =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 공동위원장)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K-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이 핵심적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오는 16일과 1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5 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을 앞두고 가진 뉴스1 제주본부와의 인터뷰에서 "EPR 제도를 수출하면 재활용 기술과 회수·처리시설 같은 환경 인프라 구축이 수반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이사장은 또 "제6의 물결과 자원 민족주의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10대 핵심 광물 재자원화율 20% 달성, 포항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구축 등에 공단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임 이사장은 "앞으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달성을 위한 국가 정책 전반을 총괄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간 탄소중립 정책 수립·이행에 불균형이 없도록 가교 구실도 충실히 수행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 집무실에서 뉴스1 제주본부와 인터뷰하는 임상준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한국환경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025 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의 주제를 '플라스틱 제로를 위한 우리 모두의 행동'으로 선택한 배경과 의미는.

▶이제는 구호가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기후 위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젠다다. 이미 2020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과 함께 플라스틱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지구의 삼중 위기' 중 하나로 강조한 바 있고, 지난달 5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주제 또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인 만큼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국제기구와 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의 종식'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행동과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UN은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할 때'라고 했다. 지금도 늦다.

― 공단의 대표적인 자원순환 제도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EPR은 예를 들면, 생수 제품의 생산자가 다 쓴 생수 플라스틱병을 회수하고 이것을 다시 재활용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생산자는 제품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출하, 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회수와 재활용을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 제도를 시작한 EU에서 이를 들여와 2003년부터 시작했으나 성과는 훨씬 뛰어나다. 실제 도입 후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96%로 독일 51%, 프랑스 25% 등 EU 주요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특수한 환경에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 제도를 벤치마킹해 2024년부터 포장재 분야 EPR 제도를 시행, 확대하기로 했고 필리핀도 K-EPR 도입을 준비 중이다.

EPR 제도를 수출하면 재활용 기술과 회수·처리시설 같은 환경 인프라 구축을 수반하게 되고, 이를 우리 기업이 수행하게 될 것이다. 공단은 K-EPR을 순환 경제 부문 글로벌 진출의 핵심적 마중물 사업모델로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한국환경공단의 '아세안 폐기물 관리 역량 강화 지식 공유 현지 연수' 현장.(한국환경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자원순환 분야 정책이나 사업은.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고 본다. 우선 세계 경제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으로 유지되던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지하자원을 채굴해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한 후 대량으로 폐기하는 선형경제다.

이미 2013년 호주의 두 미래학자는 자원 사용을 억제하고, 자원을 재사용·재활용하는 순환형 경제가 6번째의 물결로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경제는 그린테크, 기후테크를 포함하는 순환 경제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자원 민족주의'다. 미·중 간 희토류 분쟁, 남미 국가의 리튬 생산 국영화 사례에서 보듯 각국의 자원 무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핵심 광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영향 없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자원화가 생명줄이다. 정부는 10대 핵심 광물의 재자원화율 목표를 20%로 정했고, 공단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기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폐배터리의 순환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단이 포항에 구축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클러스터에는 배터리 순환이용과 핵심 광물 재자원화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될 예정이고, 운영 성과를 분석해 재자원화를 위한 사업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 새 정부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한 공단 운영 방향은.

▶공단은 탄소중립의 주무 공공기관으로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달성을 위한 국가정책 전반을 총괄적으로 지원할 책임이 있다.

특히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관리하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이다. 내년은 배출권거래제 4기 할당이 시작되는 해로 그간의 문제점을 개선해 배출권거래제의 새로운 10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겠다.

국가 NDC 목표 달성의 또 하나의 축인 지자체 탄소중립을 공단이 지원하는 역할도 크다. 지자체별 기본계획의 수립부터 이행, 결과 모니터링까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과 이행에 불균형이 없도록 충실한 가교 구실을 수행하겠다.

EU를 비롯한 탄소 무역장벽으로 국내 기업이 수출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 기존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지원사업의 대상 범위를 넓히고, 국외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충분히 확보해 우리 기업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 '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사업 프로그램들이 가동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인 논의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사업모델들을 확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순환경제포럼(WCEF2025)에서 공단은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등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K-자원순환 제도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앞으로의 포럼은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이들과의 협력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도록 개도국 대상 맞춤형 세션, 시범사업 발굴, 국제협력 프로젝트 등을 만들며 '무엇인가 이뤄지는 포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