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상규명 기폭제' 다랑쉬굴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추진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후보지 유산 등록 위한 협의 진행

1992년 제주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제주4·3 희생자 유해.(제주언론학회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제주 4·3 진상규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소재 다랑쉬굴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도는 '4·3유적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타당성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용역에서 제시한 후보지에 대해 국가유산청과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제주도가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이 용역에선 도내 4·3 유적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유산 개별 후보로 다랑쉬굴을 제시했다.

다랑쉬굴은 1992년 4·3 희생자 유해 11구가 발견된 곳이다. 희생자들은 1948년 12월18일 군·경·민 합동 대토벌 과정에서 토벌대를 피해 굴에 숨어 있다가 희생됐다. 희생자 중엔 여성과 7살 어린이도 포함됐다. 다랑쉬굴에서 44년 만에 발견된 유해는 보안 당국에 의해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다.

용역진은 다랑쉬굴의 경우 기록과 유물이 다수 존재하고 굴 자체도 원형 보전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4·3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이자 토벌대에 의해 학살이 자행된 곳으로서 역사적 공간에 해당,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뉴스1

이와 함께 용역잔은 집단 역사문화공간 후보군으로 △별도봉 일원의 화북동·건입동(곤을동 잃어버린 마을·학살터) △조천읍 북촌리(학살터) △대정읍 상모리(태평양전쟁유적·백조일손묘역)를 꼽았다.

제주시 화북동 곤을동 마을은 4·3 당시 초토화작전으로 사라진 109곳의 마을 중 유일하게 집터와 집담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인근에는 별도봉 학살터와 건입동 주정공장(수용소) 등 4·3유적이 산재해 있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수백명의 주민들이 희생된 마을이다. 북촌리에선 1948년 12월16일 주민 22명이 토벌대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1949년 1월 17일에는 토벌대가 마을주민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이게 한 후 40~50명 단위로 끌고 가 학살했다. 이날 하루 희생된 주민만 300여명에 달한다. 다음날인 1월 18일에도 100여명이 학살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예비검속자 218명이 학살당한 섯알오름 학살터 등이 있다.

이번 용역에서 조사된 제주지역 4·3유적은 제주시 334개소, 서귀포시 247개소 등 총 581개소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4·3당시 토벌 작전의 거점 역할을 했던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수악주둔소 1개소만 2018년 국가등록유산(제716호)로 지정됐다.

수악주둔소는 석성 길이가 271m로 주둔소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건축적인 면에서도 형식과 구조가 독특하다.

한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기술하고 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