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수욕장에 버린 일회용컵 100개…주우면 5만원 된다

관광지 버려진 일회용컵 수십개 반납…경제·환경 '일거양득'

지난 15일 제주 함덕리 재활용도움센터 쓰레기통에 버려진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일회용컵. 2025.4.30/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과 불과 70m 떨어진 함덕리 재활용도움센터에 관광객들이 여행 중 늘어난 쓰레기를 한아름 안고 들어섰다. 대여섯개의 일회용컵 중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스타벅스 컵은 2개였다.

컵 회수기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까운 '1000원'(컵 보증금 600원+탄소중립포인트 400원)이 눈앞에서 쓰레기통으로 빠르게 멀어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함덕리 주민이라는 50대 남성이 보증금 컵 15개를 노련한 손놀림으로 반환했다. 그는 "딸들이 먹은 컵들을 모아 가져오고 있다"며 "매번 하니 익숙하다"고 말했다.

센터 도우미 A 씨는 허리를 숙여 관광객이 버리고 간 컵을 꺼내 들며 "도민들은 익숙해도, 관광객이 제일 많은 곳이다 보니 이렇게 아깝게 버려지는 컵들도 있다"며 "내버려두면 그저 쓰레기겠지만, 해수욕장 이곳저곳에서 컵을 수십 개씩 주워서 반납하는 어르신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가 보여준 회수 기록 장부에는 100개 가까운 숫자들이 곳곳에 기입돼 있었다. 해수욕장 주변에 무심코 버려지는 일회용컵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되는 숫자였다.

함덕해수욕장을 끼고 스타벅스, 롯데리아, 파리바게뜨 등 '300원짜리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함덕해수욕장은 제주 매출액 최고 상권이다. 제주도가 KB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상위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커피전문점이었다.

2023년 기준 2062곳으로,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합친 곳보다 카페가 많은 ‘카페 천국’ 제주에서 해마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만 6300만개로 추산될 정도다.

함덕리 재활용도움센터 도우미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일회용컵을 수거하고 있다. 2025.4.30/뉴스1

보증금제 시행으로 제주에서는 일회용컵이 폐지나 빈 병과 같은 '돈이 되는 쓰레기'가 됐다.

자원순환 앱으로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 300원에 탄소중립포인트 200원을 더해 총 500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컵 100개를 반납하면 5만원이 돌아오는 셈이다.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유인 덕에 버려진 컵이 부활해 재활용되니 일석이조다.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3년 차. 도민 일상 속에는 자연스레 스며들었지만, 인식의 차이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이들이다.

또 일회용컵을 반납하기만 하면 10리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1일 최대 4장(일회용컵 20개)까지 받을 수 있다.

재활용 도움센터의 또 다른 도우미 김동식 씨는 "폐지 가격이 1㎏당 100원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라벨 붙은 일회용컵은 (수거) 1호 대상"이라며 "100개, 200개씩 모아서 오는 분들도 있으니 해수욕장에서 버려지는 컵 중 한 10%는 돌아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씨는 "흙이 붙어있는 컵도 들어올 정도니 그만큼 구석구석 다닌다는 뜻"이라며 "이제 여름이 되면 관광객이 많아지는 만큼 컵도 쉴 새 없이 들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함덕리 재활용도움센터로 돌아오는 일회용컵은 계절별로 편차가 있지만 달마다 많게는 2~3000개가 넘는 컵이 수거된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2491개, 2541개의 일회용컵이 수거돼 지난해 여름 성수기 기록(7월 2042개·8월 3016개)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태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주소장은 "많은 분들이 생활 속에서 빈 병을 모으는 어르신들을 대부분 보셨을 것"이라며 "제주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으로, 큰돈은 아니지만 다른 자원들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 일회용컵을 줍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포기한 보증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께는 생활에 보탬이 되고, 환경적으로는 사용한 컵을 올바르게 수집해 재활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