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오조리"…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로 확 바뀐 제주 동쪽마을
'시범사업 3년차' 생태관광지 꿈꾸는 서귀포 성산 오조리
최소 20억 필요한데 예산 단 4억 뿐…기업참여 유도 논의
- 오미란 기자
(서귀포=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도 동쪽 끝을 향해 가다 보면 바다인 듯 호수인 듯 드넓게 펼쳐진 푸른 물결이 반기는 마을이 눈에 든다.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다.
잔잔한 내수면부터 내수면을 두고 마주보는 식산봉과 쌍월동산, 철새들이 매년 찾아오는 연안습지, 제주의 유일한 갯벌인 조개 왓(밭의 제주어), 국내 최대 규모의 황근 자생지까지.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덕에 가장 '제주스러운' 마을로 손꼽히는 오조리는 '웰컴투 삼달리(2023~2024)' 등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지면서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곳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조리는 여러 민원에 시달렸다. 대부분 환경 정비 문제였다. 제주 올레길 2코스, 성산·오조 지질 트레일 등 걷기 여행길 인프라가 속속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유관 기관·단체의 예산·인력 한계로 미처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 컸다.
타개책을 찾던 오조리는 지난 2023년 제주도가 내놓은 '제주형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계약 시범사업'에 주목했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이에게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주로 습지보호구역을 관리하는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도는 제주 전역을 관리하는 마을 공동체로 대상을 크게 넓혀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시범사업에 참여한 오조리는 매년 6000만 원을 확보해 식산봉과 연안습지를 집중 정비했다. 계절에 맞춰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해 식물, 이상기후로 대량 증식한 파래 등을 제거하거나 철새 보호를 위해 5m까지 자라는 황근나무 수백 그루를 곳곳에 심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식산봉에서는 멸종 위기 식물들이 추가로 발견돼 보호 작업도 함께 이뤄지기도 했다.
시범사업임에도 주민 참여도도 상당히 높았다. 하루에 적게는 2만 원, 많게는 12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유인책이었다. 강한 연대의식도 큰 몫을 했다. 파래 제거 작업 때는 해녀들을 포함해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함께 소매를 걷어붙일 정도였다. 오조리는 여기에 '탄소중립 생활실천 캠페인'도 전개해 어린이, 청소년들의 관심과 참여도 적극 독려했다.
시범사업 추진을 주도했던 고기봉 전 이장은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 민원은 완전히 사라졌고 마을엔 활력이 돌고 있다"며 "이제는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이 목표다. 올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생태 탐방로 조성, 탐조대 설치 등이 추가로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지난 2023년 전국 최초로 '제주도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계약 운영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한 뒤 오조리를 포함한 9개 마을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좋은 현장 반응에 지난해에는 대상지를 19곳으로 늘렸다.
3년차인 올해는 내실화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 정비와 같은 단편적인 활동은 지양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 보전 교육 등 마을별로 보다 특색 있는 활동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일찍이 지난해 10월 모든 마을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벌이고, 이후 참여 신청을 한 32개 마을을 찾아가 전문가와 함께 현장 점검, 사업 계획 컨설팅을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공약대로라면 제주도는 빠르면 내년 제주형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계약을 전면 확대한다. 제주도가 지난해 말 수립한 '2040 제주도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에 따르면 연도별 목표 대상사업 수는 2030년 60곳, 2035년 80곳, 2040년 100곳이다.
관건은 예산이다.
당초 제주도는 시범사업에 해마다 약 20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투입한 예산은 단 4억 원(국비 2억 원·지방비 2억 원) 뿐. 제주도 관계자는 "국비와 지방비 확보 여건이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는 기업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정부가 그 실적을 인정해 주는 체계를 구축해 재원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해당 내용을 담은 김주영 의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발맞춰 올 초 생태계서비스지원센터(녹색환경지원센터 위탁)도 설립해 둔 상태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기후테크 기업 23과 체결한 업무협약을 계기로 올해 기업 ESG 경영과 연계한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시범사업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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