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제주 세쌍둥이 고교 졸업날…"이제 다른 길, 다 잘할 것"
박찬승·찬영·찬호 군 함께 대기고 졸업
"아이들 웃음으로 피곤 잊었다" 부모도 소회 전해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20년 전 1분 간격으로 세상의 빛을 본 제주 세쌍둥이가 난생처음으로 형제들과 떨어지는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첫째 박찬승·둘째 박찬영·셋째 박찬호 군은 23일 오전 제39회 졸업식이 열린 제주시 봉개동 대기고등학교에서 같은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졸업식 전 부모님과 함께 만난 세쌍둥이는 다른 생김새만큼 3인 3색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서로가 있어 의지할 수 있던 학창시절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세쌍둥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을 모두 같은 학교로 진학했다. 단 하루도 떨어진 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제 첫째와 셋째는 각기 다른 대학의 간호학과, 둘째는 전기공학과로 진학해 난생처음 형, 동생 없는 '나만의 길'을 가게 됐다.
첫째 찬승 군은 "매번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며 "동생들과 함께 졸업하니 기분이 좋고, 설레기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이기도 하니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찬영 군은 "이제 헤어지니까 시원하다"고 장난스레 말하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지겹기도 했지만 의지가 확실히 돼 좋았다. 이제 다른 길을 가도 다 잘할 거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셋째 찬호 군은 첫째와 둘째를 매번 '형들'이라고 지칭하며 막내미를 뽐냈다. 찬호 군은 "형들이 워낙 열심히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걸 알기 때문에 이제 다른 길을 가게 돼도 열심히 할 거라 생각한다"고 형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세쌍둥이는 박영호 씨(55), 김숙희 씨(50) 부부가 8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귀하디귀한 아들들이다. 한날한시에 낳은 아이들이 장성해 품에서 독립하는 날, 부모님의 마음은 남다르다.
김 씨는 "아이들 고생한 거 생각하면 시원하지만, 앞으로 또 고생할 거 생각하니 걱정도 되는 마음"이라며 "아이들이 조그마한 상장이라도 받아오면 기쁘고, 애들 낳고 도와줄 분들이 없을 땐 힘들기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금이야 아이를 한명만 낳아도 각종 혜택이 있지만, 당시엔 세쌍둥이를 낳아도 장려금 50만원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아버지 박 씨는 다사다난한 시절을 회고하면서도 "아이들이 살짝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곤을 잊었다"고 했다.
박 씨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으니 걱정도 많이 했다. 다둥이란 걸 알았을 때 행복하고, 기쁘고, 좋았다"며 "그래도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아서 지금까지 세쌍둥이를 잘 키워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안 낳는 시대지만, 아기를 낳으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며 "아기를 키우면서 참 많이 힘들지만 퇴근하고 와서 아들들이 웃어주면 하루의 피곤이 싹 없어진다.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웃었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이날 졸업식에서 어머니 김 씨에게 장한 어머니상을 수여하고 그간의 노력에 감사함을 전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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