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타임캡슐' 제주 하논 분화구… "더 훼손 안 되게 보전"
'사유지 90%' 매입액만 3000억… '복원'은 사실상 불가
제주도, 3월 초 "현명한 이용" 위한 연구용역 발주 계획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국내 최대 규모 '마르'(Maar)형 분화구인 서귀포시 하논 분화구를 복원하는 대신 현 상태에서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전해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도는 23일 "'하논 분화구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3월 초 발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용역비는 9000만원, 기간은 1년이다.
이번 용역에선 하논 분화구 민관협의체 구성·운영, 보전·활용 방안, 주민 지원사업 발굴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일대에 걸쳐 있는 하논 분화구는 동서 1.8㎞, 남북 1.3㎞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로서 분화구 직경이 1000~1150m에 이른다. 깊이는 최대 90m, 습지 퇴적층 두께는 14m다.
마르형 분화구는 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없이 지하의 가스가 지각 틈을 따라 한곳에 모여 폭발하면서 생겨 움푹 팬 분화구 가운데에 퇴적층이 형성되는 게 특징이다. 제주 오름 대부분은 화산 폭발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형태지만, 하논은 평평하게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다.
하논 분화구는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생태계 타임캡슐' 등으로도 불린다. 5만년 전 동북아 고식생·고기후 기록이 그대로 보전돼 있단 이유에서다.
하논분화구는 그동안 개발 대상지로 거론돼왔다. 분화구 안에 야구장을 건립하겠단 구상도 있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금은 '논' 등 농사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은 지난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 자연보전 총회(WCC) 당시 제주도가 발의해 회원국 99.35%의 찬성으로 공식 채택되며 본격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후보 시절,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8년 도지사 후보 시절 각각 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는 하논 분화구 복원을 위한 용역과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진행해 왔으나, 방문자센터 건립(3억원)을 제외하곤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상황. 분화구 전체 부지(123만6114㎡) 중 90.1%(111만3843㎡)가 사유지여서 복원을 위한 용지매입에만 최소 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토지주 설득에도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결국 '하논 분화구 복원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이곳을 현 상태에서 더 이상 훼손하지 않도록 보전·이용하는것으로 관리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은 그동안 토지를 모두 매입해 완벽하게 복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으나 천문학적 예산 투입과 토지주 반발·동의 문제 등이 있다 보니 장기간 표류했다"며 "분화구의 생태적 가치 등을 활용해 토지주 등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 지속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용역을 진행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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