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임박' 제주 엄마들, 헬기로 300㎞ '위험한 비행' 다반사
복지부 통합치료센터 사업 종료…부재 권역 제주 유일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 중단에 헬기 이송 올해 3년 치 넘을 듯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7월 19일, 25일, 27일, 29일 사실상 이틀에 한 번꼴로 소방헬기 한라매가 제주대학교병원과 일반 산부인과에서 이륙했다. 헬기에는 출산 직전 혹은 조산 위기에 처한 임신부가 타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제주에서 300㎞ 이상 떨어진 부산백병원과 전북대병원 등이었다. 모두 제주에서 '안전한 출산'을 보장받지 못해서다.
의사 구인난으로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동시에 돌볼 수 있는 치료센터 설치는 이미 물 건너갔고, 의료진 퇴사로 도내 신생아 중환자실의 30%가 문을 닫았다.
아이가 커가야 할 곳에서 출산할 수 없는 제주 엄마들의 위험한 비행은 기약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원 한번 못해보고 끝…제주에만 없는 이 센터
3일 보건복지부와 제주도에 따르면 복지부가 2014년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설치 사업이 목표 달성으로 종료됐다.
사업 종료로 제주는 해당 센터가 없는 유일한 권역으로 남게 됐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고위험 산모 분만과 재태주수 28주 미만의 신생아 치료를 전담하는 통합치료모델이다.
복지부는 센터를 유치한 병원에 10억원 상당의 시설과 장비비, 3억원 상당의 운영비를 지원해 왔다. 사업 목표는 20곳으로, 지난해 말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을 20번째로 낙점하며 사업을 완수했다.
속이 타기는 복지부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부는 2019년 공고문에 '치료인프라가 부족한 제주 권역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우선 선정한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이번 공모 역시 사실상 센터를 '제주에 내주기 위한' 최후 공모였지만 마지막 기회마저 날렸다.
사업 조건인 신생아집중치료실 15병상을 충족하는 곳은 도내에서 제주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제주대병원은 올해 최국명 원장이 취임하며 센터 유치에 의욕을 보였다는 후문이지만, 이미 사업이 끝나 버스가 지난 뒤 손 흔드는 격이었다.
문제는 수년째 '인력'이다. 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산과 전문의 4명 이상, 상주 전공의 또는 전문의 1명 이상이 24시간 상주해야 하고 신생아 세부전문의 2명 이상이 필요한 만큼 병원 측은 인력 충원 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제주대병원 측은 "센터에 24시간 상주 의료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산부인과 교수 6명, 소아청소년과 교수 10명이 외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 국립대병원과 비교했을 때 인력이 2배 가까이 부족해 복지부와 도 요청에도 신청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헬기 이송된 엄마·아기 올해 벌써 3년 치 넘봐
의사 구인난은 가뜩이나 포화상태였던 도내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마저 멈춰 세웠다.
도내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총 23개로, 제주대학병원이 16병상, 한라병원이 7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라병원이 지난 5월부터 소아청소년과 담당의 퇴사를 이유로 중환자실 운영을 잠정 중단하면서 현재 가동 중인 병상은 16개에 그치고, 이마저도 대부분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인다. '운이 좋아야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병상 가동 중단에 병실 포화 상태까지 겹치면서 수백㎞를 날아 타지역으로 이송되는 임신부와 신생아수는 올해 벌써 최근 3년 치 총합을 넘보고 있다.
제주에서 타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임신부·신생아 수는 △2020년 2건(임신부1·신생아1) △2021년 2건(임신부2) △2022년 2건(임신부2) 등 총 6건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7월에만 4명의 임신부가 이송됐고, 지난 3월에는 제주대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최근 3년 내 처음으로 종합병원을 거치지 못하고 일반 산부인과에서 곧장 서울로 이송된 사례까지 나왔다.
제주 고위험 산모 출산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의료계에서는 만 35세 이상의 여성을 고위험 산모로 분류한다.
2022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제주도 연령별 출산율은 35세~39세 49.0명으로 전국 평균 44.1명보다 4명 더 많아 세종에 이어 전국 2위에 자리했다. 40~44세 출산율은 1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센터 설치의 경우 제주대병원밖에 후보가 없어 병원 측과 함께 복지부에도 다녀왔지만 전공의 충원이 되지 않아 여의치 않았다"며 "산모들이 고령화되는 추세인 만큼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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