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서 양심우산 빌려가신 분, 이제라도 돌려주세요"

버리면 1급폐기물 우산…공공기관마다 '공유우산' 운영
공항·주민센터 등에서 우산·양산 무료 대여…회수율 '중요'

제주공항에 설치된 '가치우산' 대여소(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제공)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02년 손예진과 조인성, 조승우 등이 출연한 영화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남녀가 우산대신 옷으로 쏟아지는 비를 겨우 가리며 대학교 교정을 뛰어가는 모습이다.

아마 영화 속 대학교에 '공유우산'이 있었다면 아름다운 저 장면은 탄생하지 못했을 지 모르겠다.

공유우산은 비가 오는 날 깜박하고 우산을 챙기지 못한 민원인에게 공공기관이 우산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하루에만 수만명이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에서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이 운영하는 '오멍가멍(오며가며) 같이쓰는 가치우산'이 그 예다.

제주공항에는 3층 출발장과 1층 도착장에 가치우산 수거 및 대여 장소가 있다.

여행 도중 갑작스러운 비날씨에 우산을 구입했다가 필요없어진 출발승객들이 항공기를 타기 전 공항 대합실에 설치된 공유함에 우산을 기부한다.

우산을 미쳐 준비못한 도착승객이 이 우산을 대여해 이용한 뒤 제주를 떠나면서 반납하면된다.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비와 강풍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5.18/뉴스1

가치우산은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청사에 버려졌거나 분실된 우산을 사용한다.

지난해 6월5일 시작할 때만해도 200개(기부 50개, 청사 내 분실물 등 150개)였던 가치우산은 올해 5월까지 1년 여간 3800여개로 늘었다.이 가운데 3600여개를 대여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관광객과 공항 이용객이 수시로 우산을 갖다놓고 빌려가는 방식이라 정확한 회수율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재까지 무리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회수율이 높은 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의 공유유산(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관광공사는 폐기물로 공유우산을 제작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달부터 연동주민센터와 제주웰컴센터에서 우산을 무료 대여하고 있다.

이 우산은 행사가 끝난 뒤 쓸모가 없어진 현수막과 폐패트병에서 봅은 원사가 주재료다. 우산을 펼치면 행사명부터 '0월0일 0시' 처럼 행사 장소를 알리는 현수막이 조각조각 붙어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산은 다시 파라솔, 횡단보도 그늘막, 장바구니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우산은 분리배출이 어려운 1급 폐기물에 속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향후 개최하는 문화관광행사에서 공유우산을 접목할 것"이라며 "우산이 망가져도 재사용할 수 있으니 빌려간 우산 대여함에 반납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관광객과 도민들이 훌쩍 다가온 여름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23.5.2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시에서는 지난해부터 '양심양산'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 종합민원실과 읍면동 청사 26곳에서 양산 2242개를 배치해 필요한 시민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제주시는 "양산을 쓰면 폭염 체감온도가 약 10도 저감되고 자외선 차단, 탈모예방, 피부질환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며 "양산쓰기 문화 확산으로 여름철 폭염피해를 예방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공유우산(양산)들이 성공해 제도적으로 안착하려면 '반납'이 중요하다.

2015년 제주시가 도입한 '양심우산'도 회수율이 낮은 점 등이 문제가 돼 현재는 폐지됐다.

양심양산 대여소도 2021년 처음 도입 당시 버스승차대에도 설치했으나 쓰레기를 무단투기하거나 미반납하는 등 원활한 운영이 어려워져 지난해부터는 주민센터와 시청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