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돼지 진한 육수에 밀국수의 조합…백종원도 반한 그맛
[제주의 맛]①고기국수…"좋은날에 기쁨 나누려던 마음 담겨"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맛 볼 수 있는 대표적 서민음식인 '국수'.
하지만 과거 곡식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그 집안의 부와 명예를 보여주는 '귀한'음식이었다.
서민들은 값 비싼 재료(밀)와 복잡한 조리과정 탓에 평소에 국수를 먹는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돌잔치와 결혼, 회갑 등 잔칫날에만 맛볼 수 있었다. 국수 면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랬던 국수는 광복 이후 급격하게 활성화됐다. 미국의 '공법 480조'에 의해 미국 본토에 남아도는 밀가루가 국내에 공급되면서다.
밀가루 공급이 늘어나면서 국수는 지역의 특산물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이 됐다.
제주에서는 단연 '고기국수'다. 집집마다 특색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돼지고기와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에 면을 삶아 넣고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얹는다.
오늘날 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잡았으나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전문가 대부분이 고기국수가 근대에 생겨 대중화된 지 오래되지 않은 음식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제주에서는 일제감정기 때 건면 공장이 도입되기 전까지 밀국수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고기국수의 구체적인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첫 번째 설은 제주 전통혼례의 음식문화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지금의 고기국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제주의 전통혼례는 돼지를 잡아 3일 이상의 잔치를 벌여 손님을 대접했다. 상에는 수육과 두부, 순대 등을 접시에 담아 내놓는 '고기반'과 몸국을 올렸다. 몸국은 돼지고기 육수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맞아 몸국은 점차 먹기 힘든 음식이 됐다. 일본인들이 제주에서 채취한 톳이나 모자반 등 해조류를 모두 일본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에 타 지역 음식인 잔치국수 대신 돼지고기 육수에 국수를 말고 반찬으로 내던 수육을 고명으로 얹으면서 지금의 고기국수 형태가 탄생하게 됐다는 얘기다.
또 다른 설은 제주 전통음식인 '메밀칼국'의 변형이라는 것이다.
밀을 거의 재배하지 않는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국수를 대체한 음식이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칼국이었다. 면을 가늘게 뽑을 수가 없어 두텁고 짧게 면을 만들어 숟가락으로 떠먹었다. 이를 '칼국'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마저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다.
향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시대를 거치며 미국산 밀가루와 건면이 보급되면서 국수를 만들 수 있게 돼 지금의 고기국수를 먹게 됐다고 한다.
해방 이후 고기국수는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된다. 제주의 전통적인 결혼풍습이 희미해지고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가정의례 간소화 정책으로 돼지 도축이 어려워지면서다.
고기국수가 다시 등장한 건 1990년대 즈음이란다. 이때부터 돼지고기 육수 대신 사골육수가 사용됐다고 한다.
고기국수의 유래가 뭐든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려움 속에도 특별한 날 따뜻한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으며 기쁨을 축하하고 싶었던 제주도민들의 마음이 고기국수를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주에서 고기국수를 맛본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곳곳에 고기국수 가게가 생겨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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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관광에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다. '먹방투어' 등 최근 지역 먹거리 관광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의 먹거리'는 풍요로운 바다와 들판에서 나오는 다양하면서도 신선하고 청정한 식재료와 '섬'이라는 특성이 담겨 타 지역에는 없는 특별한 맛과 풍미가 있다.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 7대 향토음식'의 유래와 변천과정 등을 7회에 걸쳐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