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전기차 100여대, 제주 산간 넘어 긴급이사 왜?…애물단지 전락

수입 전기차 렌터카들, 폐업 및 수리비 부담으로 방치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에 있는 폐관한 공연장의 주차장에 BMW i3 100여 대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폐업한 렌터카업체 소유였던 이 차량들은 제주시 애월읍 목초지에 세워져있다가 옮겨졌다.2021.5.26/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여기에 있던 전기차들이요? 세워둔 지 꽤 됐죠.”

26일 오전 제주 제주시 애월읍. 수풀이 우거진 초원 사이에서 레커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레커차 한 대가 번호판을 뗀 BMW i3 전기차를 싣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다음 레커차가 들어왔다.

인근 목장의 주인은 “언젠가부터 이곳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며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꽤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레커차가 실어나른 BMW 전기차는 104대에 달한다.

제주 중산간 목초지에 전기차 100여 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전기차들이 산간을 넘어 긴급 이사한 곳은 서귀포에 있는 한 공연장.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에 있는 폐관한 공연장의 주차장에 BMW i3 100여 대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폐업한 렌터카업체의 소유였던 이 차량들은 제주시 애월읍 목초지에 세워져있다가 옮겨졌다.2021.5.26/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폐관한 공연장의 주차장을 차지한 전기차 10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 앞 유리 사이로 떼어놓은 번호판이 보였다.

이곳의 전기차들은 제주도내 A렌터카업체의 소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부도가 나면서 채권자가 보관업체에 맡겨놓은 상태다. 법원 경매가 결정되는 대로 보관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제주도정은 A업체의 경우 폐업한 상태여서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A업체와 달리 영업 중인 업체일지라도 렌터카 총량제에 따른 업체별 영업용 차량 수만 유지된다면 그 외 차량 보관 등의 세부사항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렌터카로 사용하던 차량을 자가용으로 전환한 후에는 공터에 방치하더라도 뚜렷한 해법이 없는 것이다.

BMW i3와 같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원받았더라도 매매 및 폐차가 금지된 의무유지기간인 2년만 지나면 이후 보관은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

26일 오전 제주 애월읍 중산간 목초지에 세워져 있던 BMW i3 100여 대가 서귀포에 있는 폐관한 공연장의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차량들은 지난해 폐업한 렌터카업체의 소유였다.2021.5.26/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실제 제주도내 곳곳에는 수입 전기차 렌터카들이 방치되고 있다.

렌터카업체 중 일부가 수리비 등을 부담하지 못해 수입 전기차들을 세워둔 것이다.

B업체는 사고 또는 고장으로 운행이 어려운 BMW i3 차량 여러 대를 제주시 공터에 세워두고 있다.

부품비 등이 포함된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제주도정이 2016년부터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보급한 전기차 렌터카는 총 4140여 대다.

그러나 현재 도내 차량등록이 된 전기차 렌터카는 총 2314대에 그친다.

제주도 관계자는 “2016년부터 전기차 렌터카 4000대 이상을 보급했지만 수명은 길지 않다”며 “현재 등록되지 않은 나머지 차량은 폐차했거나 도외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에 있는 폐관한 공연장의 주차장에 BMW i3 100여 대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 폐업한 렌터카업체 소유였던 이 차량들은 제주시 애월읍 목초지에 세워져있다가 옮겨졌다.2021.5.26/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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