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말려줘요" 보이스피싱 막은 할머니의 기지
경찰, 하룻새 보이스피싱 3건 공범 추적 "조직적 범행"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우리 남편 좀 말려주세요!"
21일 오후 1시쯤 제주시 남문지구대 앞에 70대 할머니가 급하게 차를 세우더니 뛰어나오며 경찰에게 소리쳤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경찰 총경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계좌에 있는 돈이 위험하니 현금 9000만원을 인출해 보관하라고 지시했는데 남편이 돈을 찾으려 한다"고 경찰의 도움을 청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한 할머니는 남편에게 돈을 찾지말라고 했으나 인출하겠다고 하자 차에 태워 은행이 아닌 경찰을 찾았다.
할머니의 기지와 경찰의 설득으로 노부부는 피해를 면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의 주범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2일 전날 붙잡은 조선족 보이스피싱 일당인 장모씨(19)와 조모씨(21) 등 2명의 공범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3월21일자 '"세탁기에 돈 넣어라" 조선족 보이스피싱 범인들 검거' 보도)
이들은 20일 오전 11시 서귀포시에 사는 70대 여성에게 "수사기관인데 누군가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고 하니 돈을 찾아 세탁기에 보관하라"고 전화한 뒤 주인 몰래 집에 침입해 세탁기 안에 둔 현금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이 사건을 포함해 같은 날 오전 9~11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사는 60~70대 여성 3명이 수사기관이나 아들을 납치했다는 전화에 속아 모두 1억2400만원의 피해를 당했다.
범행에는 실패했지만 앞에 남편을 위기에서 구한 할머니 등 2건의 보이스피싱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검거한 조선족 범인 2명이 나머지 범행 2건과도 관련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 이외에도 최소한 3~4명 이상이 제주에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거된 2명은 훔친 7000만원을 3000만원과 4000만원으로 나눠 제주시 모 대형마트 앞에서 각각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30대 초반 남성을 만나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19일 제주에 온 이들은 서울에서도 2건의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뒤였으며 "현금을 갖다주면 10%를 대가로 받기로 했을 뿐 우리는 지시만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등이 발신이 불가능한 국제전화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보이스피싱 일당의 규모는 더 크고 조직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제주경찰청 송우철 수사2계장은 "수사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예금을 인출해 세탁기나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으니 유사한 사례가 있으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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