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분양형 호텔 ‘우후죽순’…경영 악화·투자자 수익저하 우려

한은 제주본부 분석

(제주=뉴스1) 현봉철 기자 = 최근 제주지역에 분양형 호텔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숙박시설 공급 과잉에 따른 숙박업계의 경영 악화와 투자자들의 수익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제주경제 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의 급증 배경 및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은 지난달 기준으로 영업 중인 2곳(객실 500실)을 비롯해 모두 32곳(8615실)으로 집계돼 전국의 36.8%를 차지했다.

분양형 호텔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분양 및 구분등기를 통해 객실별로 소유권을 분양하는 형태의 호텔로, 준공 후에는 전문운영사에 호텔의 운영·관리를 위탁해 운영 수익의 일부를 배분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일종이다.

제주지역에 분양형 호텔이 집중되는 이유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국내·외 관광객의 증가세가 뚜렷하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크고,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부동산 투자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피스텔 임대업을 대체하는 사업으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의 주요 투자자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 거주자이며, 연령별로는 50대가 대다수다.

그러나 분양형 호텔의 급증은 숙박시설의 공급과잉을 초래해 제주지역 숙박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는 2013년 74.8%에 달하던 숙박시설 객실 가동률이 올해 이후 관광객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는 6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객실 가동률이 65%일 경우 분양형 호텔의 실투자액 대비 수익률은 5.1%에 그쳐 시행사들이 제시하는 확정 수익률(10~12%)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확정 수익률은 통상 1~2년(최대 10년)까지만 지급하고 이후에는 운영 실적에 따른 수익 배분이 이뤄져 수익률이 가동률 하락과 함께 낮아질 것으로 우려됐다.

운영사의 운영 능력에 따라 부대시설 매출액 증가와 인건비 등의 절감을 통해 수익률이 상승할 여지가 있지만 경쟁심화에 따른 가격경쟁으로 객실료를 낮추거나 대출 금리가 인상될 경우에는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운영사의 횡령, 시행사의 분양 실패 등으로 투자자의 손실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한은 제주본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민수 한은 제주본부 과장은 “제주지역 숙박시설 수급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공급 조정 대책 외에도 영세 숙박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가동률 하락이 예상됨에도 신규 분양형 호텔들이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는데다 총 분양대금 대비 대출 비중이 높고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실정이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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