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피의자에"회식비 30만원·양주' 요구 경찰관 징역형 집유

법원 "수사 경찰이 먼저 금품 요구…국민 신뢰 훼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자신이 수사한 음주운전 사고 피의자에게 사건 처리 편의를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를 요구한 경찰관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된 60대 A 경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경감은 지난해 5월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을 배당받은 뒤, 피의자 B씨에게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권유하고 회식비 30만 원과 5만2000원 상당의 양주 1명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4% 상태로 약 5㎞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이후 B 씨에게 피해자들과 합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로 조언하고 합의금액과 합의 시기 등에 관해서도 상담했다.

B 씨가 택시기사와 승객 등 피해자들과 합의하자 A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 부분을 제외하고 B 씨를 단순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2일 오후 8시30분쯤 경찰서에서 B씨 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마친 직후 "조사도 잘 마쳤는데 이번 주 팀 회식에 회식비 명목으로 조금 지원해줄 수 있느냐. 30만 원 정도면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흘 뒤에는 업무용 휴대전화로 B 씨에게 "경찰서 올 때 마트에서 양주 한 병 부탁해요"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해당 양주는 시가 5만2000원 상당이었다.

그러나 B 씨가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취지로 거절하면서 실제 금품 전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찰은 A 씨가 B 씨에게 모두 35만2000원 상당의 뇌물을 요구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B씨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합의금과 시기 등에 관해 조언했으며, 합의 이후 단순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한 점 등을 토대로 금품 요구와 직무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피의자 조사를 마친 직후 "조사도 잘 마쳤는데"라고 언급하며 회식비를 요구한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담당 형사사건의 피의자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든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경찰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며 "피고인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투고 있어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초범인 점, 약 36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복무하며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요구한 뇌물 액수가 많지 않고 실제 수수로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