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숙인 퇴거로 해결 안돼"…인권단체, 인천시에 대책 촉구

홈리스행동, 인천공항서 기자회견
"퇴거는 문제 다른 곳으로 옮길 뿐"

홈리스행동이 1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2026.8.12/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퇴거 조치에 나선 가운데 노숙인 인권단체가 "강제 퇴거를 중단하고 공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리스행동은 12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공사는 졸속으로 시행 중인 노숙인 퇴거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인천시는 공항 체류 노숙인을 위한 긴급 대책과 거리 노숙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공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물품에 '퇴거명령서'를 부착했다. 명령서에는 공항시설법 등을 근거로 노숙을 중단하고 여객터미널 밖으로 퇴거하라는 내용과 함께 불응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홈리스행동은 이 같은 조치가 지난달 9일 한 방송사가 인천공항을 '노숙자 아지트'라고 표현한 보도를 내보낸 이후 본격화됐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선정적인 보도에 편승해 노숙인를 또 다른 공공공간으로 밀어내는 길을 택한 것"이라며 "퇴거와 단속은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서울역과 동인천 북광장 등에서 이뤄진 노숙인 퇴거·단속 사례를 들며 "노숙인은 사라지지 않고 인근 공공공간으로 밀려났고, 밀집도가 높아진 곳에서 다시 퇴거와 단속, 민원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체는 인천의 거리 노숙인 지원체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근거로 거리 노숙인이 40명 이상인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 인천공항에서 이뤄지는 거리상담은 월 2차례 정도로, 그마저도 생활시설 종사자들이 나와 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거리상담을 통해 당사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주거·복지·의료 등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천공항 퇴거 조치와 언론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노숙인 당사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 이후 이전보다 잦은 퇴거 압박을 받았으며 자리 이동과 물품 폐기 등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한 당사자는 퇴거명령서를 받은 뒤 압박과 위협을 느껴 홈리스행동을 통해 긴급 주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퇴거 조치 이후 일부 노숙인이 단체를 통해 긴급 주거 지원을 받기도 했다.

홈리스행동은 "공항 이용객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항을 이용할 권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으며 노숙인에게는 필요한 보호와 복지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들 권리를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책임 있게 지원체계를 마련해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에 머무는 노숙인을 공항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끝낼 수 없다"며 "인천시는 공항공사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 협의해 주거·복지 등 필요한 지원이 노숙인 당사자에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이번 조치와 관련해 공항 이용객 피해를 막기 위한 기존 계도 활동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