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노숙인, 보낼 곳 없는 공항…현장 직원들만 골머리
장기 노숙인 내보낼 근거 약하고 쉼터 강제 입소도 불가능
직원·미화원이 민원 감당…관계당국 공공대응책 마련해야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주간 생활하는 노숙인이 확인되고 있지만 공항공사는 단순 장기체류만으로 이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없다. 외부 보호시설이 있어도 당사자가 입소를 거부하면 연계가 중단된다. 공항 이용 질서와 노숙인 보호 사이에 제도적 공백이 생기면서 현장 직원과 환경미화원들이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제1·2여객터미널에서 2주 이상 머문 장기체류 노숙인은 모두 6명으로 파악됐다. 다만 인원은 수시로 달라지고 공항에 장기체류 노숙인을 상시 집계하는 별도 업무 체계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체류 기준과 조사 시점이 다른 데다 노숙인들이 층과 터미널을 오가면서 생활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공항 측이 대응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단순 체류 자체를 위법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되고 새벽 항공편이나 첫차를 기다리는 이용객도 많다. 겉모습만으로 승객과 일시 체류자, 노숙인을 구분해 특정인을 내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도 강제퇴거나 강제수용보다 복지와 자립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 제17조는 노숙인이 시설 입소나 퇴소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과 경찰서장은 시설 입소를 의뢰할 수 있지만 당사자를 강제로 수용할 권한은 없다. 시설 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숙인을 강제로 입소시키거나 퇴소시키는 행위도 금지된다.
중대한 질병이나 동사 위험 등 생명·신체에 즉각적인 위험이 있는 응급상황에서는 경찰과 소방, 사회복지사가 긴급조치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건강상 위기가 없고 범죄나 뚜렷한 질서 침해를 일으키지 않은 채 공항에 머무르는 경우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
공항공사는 장기체류 노숙인을 발견하면 자진 귀가를 유도하거나 연고자에게 연락해 인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현장 계도와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시설물 파손과 절도, 소란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공항경찰단에 신고한다.
자활시설과 연계한 지원도 진행 중이다. 공사는 인천지역 자활쉼터 '내일을 여는 집'과 협력해 전문상담사가 노숙인을 만나고 시설 입소와 사회복귀를 돕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상담사가 공항에 상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월 2회 방문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제1·2여객터미널을 대상으로 주간과 야간에 각각 한 차례씩 진행한다. 상담 대상자가 방문일에 자리를 비우거나 시설 입소를 거부하면 공항 직원의 계도와 관찰 외에 즉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
인천에 노숙인 보호시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시보호시설과 자활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입소는 원칙적으로 본인 의사를 전제로 한다. 공항 측이 노숙인을 시설로 강제 이송하거나 시설이 본인 의사에 반해 계속 보호할 수는 없다. '데려갈 시설이 없다'기보다 '강제로 데려가 보호할 수단이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역할이 여러 기관에 흩어진 점도 문제다. 공항공사는 여객터미널 운영과 이용객 보호를 담당하고 경찰은 범죄와 질서 침해에 대응한다. 자활시설과 지자체는 상담과 복지서비스를 맡는다. 범죄도 응급상황도 아닌 장기체류자를 누가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주거·의료·소득지원까지 책임질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일부 장기체류자의 의자 장기 점유와 욕설, 공용화장실 내 세탁·샤워 등으로 이용객과 환경미화원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의 문제 행동을 모든 노숙인에게 일반화하거나 노숙 자체를 단속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천시는 올해 지역 노숙인의 규모와 생활 실태, 복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조사에 인천공항 장기체류자를 별도 유형으로 포함하고 공항공사·경찰·지자체·복지시설이 참여하는 공동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항 내 정기 상담 횟수를 늘리고 장기체류자마다 전담 사례관리자를 지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신원과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임시주거와 의료·복지서비스를 한 번에 연결하고 공항을 떠난 뒤에도 정착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항 밖으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이용객 불편도, 노숙인의 위기도 해결할 수 없다. 강제퇴거와 방치 사이에 머물러 있는 현행 대응체계를 주거와 복지 중심의 상시 관리체계로 바꾸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공사 관계자는 "노숙인 퇴거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지속적인 계도와 상담 연계 외에는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며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관리하고 있지만, 공사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인천시와 협의하면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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