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항 통합보다 먼저 물어야할 것들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말라가 코스타델솔 공항이 휴가철을 맞아 출국하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6.6.28 ⓒ 뉴스1 공항사진기자단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말라가 코스타델솔 공항이 휴가철을 맞아 출국하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6.6.28 ⓒ 뉴스1 공항사진기자단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스페인 말라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보인 것은 사람의 흐름이었다. 휴양객으로 붐비는 터미널, 공항 밖 도시의 활기, 숙박과 식당과 교통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항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도시는 다시 공항을 키우고 있었다.

공항의 성패는 활주로 길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다. 탈 사람, 내릴 사람, 머물 사람이 있어야 공항은 산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곳이 더 많은 한국 지방공항의 현실은 여기서 막힌다. 지방공항이 운영을 못해서만은 아니다. 애초에 수요가 부족한 곳이 많다. 인구는 줄고, 관광과 산업 기반은 약하다. 공항은 있는데 공항을 먹여 살릴 도시의 힘이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하나로 묶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복 기능을 줄이고 전국 공항망을 하나의 체계로 운영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에도 참고할 사례는 있다. 스페인의 공항 운영사 AENA는 전국 46개 공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운영한다. 흑자를 내는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공항과 적자를 보는 일부 지방공항을 같은 틀 안에서 관리한다. 그러나 AENA 모델은 충분한 관광 수요와 도시별 공항 역할 분담이라는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한국의 문제는 다르다. 지방공항 적자의 상당 부분은 운영 주체가 아니라 수요의 문제다. 공항 간 기능 조정과 네트워크 운영 논의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적자 나누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을 같은 통합 틀에 넣는 순간 논의의 성격은 달라진다. 기존 공항 운영 효율화가 아니라 새 대형 국책사업의 위험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적 허브공항으로 성장했다. 막대한 투자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쌓은 성과다. 그 수익과 재무 여력은 먼저 인천공항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 항공산업의 미래 투자에 쓰이는 게 원칙이다.

물론 통합 회계나 교차보조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인천공항의 수익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운영 리스크를 메우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나온다. 공항 통합이 효율화가 아니라 부담 이전으로 읽히는 이유다.

가덕도신공항은 출발부터 정치와 떼어놓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입지와 경제성, 안전성, 공사 기간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업비는 늘었고, 시공사 선정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런 사업을 기존 공항 운영기관 통합 논의에 함께 넣는 것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닌 재정 구조를 바꾸는 결정이다.

공항은 짓는 것보다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 활주로를 만드는 일보다 지속 가능한 수요를 만드는 일이 더 힘들다. 지방공항이 적자를 보는 이유를 외면한 채 운영기관만 합친다고 적자의 원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통합 자체를 반대할 일은 아니다. 다만 어떤 공항을 키우고, 어떤 공항을 유지하며, 어떤 사업은 멈출 것인지에 대한 국가 항공전략이 먼저다. 그 전략 없이 통합부터 밀어붙이면 효율화가 아니라 비용의 공유가 된다.

통합은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이어야 한다. 인천공항의 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일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국가 항공 경쟁력의 우선순위를 묻는 일이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