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투표장 가지 말까 봐요"…인천 보수층, 실망감 속 與 선택도 고심

박찬대 "속도감" vs 유정복 "경험"…엇갈린 표심
NBS 인천·경기 국힘 13%…보수층 일부 "투표 포기"

유정복 인천시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사퇴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2026.3.13 ⓒ 뉴스1 이승배 기자

(인천=뉴스1) 구진욱 남해인 기자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없어져요. 투표장에 나가지 말까 봐요."

인천에서 50년 가까이 산 김용숙 씨(73·남)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와 현직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중 누구를 찍을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 후보에 대해 "지금까지 크게 무리는 없었다"고 평가했지만, 국민의힘을 두고는 "당내 갈등과 지도부 대응을 보면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가 민주당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유 후보도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인천시장 선거는 현직인 유 후보와 박 후보 간 맞대결로 치러진다. 유 후보는 안정적인 시정 경험을, 박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의 호흡을 앞세우고 있는 가운데 뉴스1이 지난 24일 인천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보수 성향 유권자의 이탈 조짐이 동시에 감지됐다.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국지표조사(NBS) 4월 4주차 결과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8%, 국민의힘 15%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8%, 국민의힘 13%로, 광주·전라를 제외하면 국민의힘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당 호감도 역시 민주당 58%, 국민의힘 20%로 국민의힘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정지열 인천 연수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을 잡고 있다. 2026.4.24 ⓒ 뉴스1 황기선 기자
與 "정권과의 호흡 중요"…野 "후보는 좋지만 당이 문제"

현장에서는 특정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보다 "정권과 같은 당을 밀어주는 게 지역 발전에 유리하다"는 현실론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정부와 보조를 맞춰 속도감 있게 현안을 풀 수 있는 시장을 원했고, 일부 중도·보수층은 국민의힘에 대한 피로감 속에 기권이나 민주당 선택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정권과의 호흡'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지승영 씨(22·남)는 "인천에 5년 가까이 살며 구도심과 신도시 간 격차가 심해졌다고 느꼈다"며 "교통·안전·위생 등 구도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려면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에 10년째 거주 중인 송모 씨(31·남)도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인천시 정책의 성과가 미미했다"며 "현 정부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를 더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효능감이 인천시 정부를 통해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시민 기대가 크다며, 오래된 인천 현안을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 후보 측이 경험을 앞세워 '30년 무사고 베스트 드라이버론'을 내세우는 데 대해선, 경험보다 지난 시정 성과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맞섰다.

계양구에서 31년째 거주한 윤희숙 씨(55·여)는 "박 후보는 정무감각과 행정능력이 좋아 보이고, 일 처리도 속도감 있게 할 것 같다"고 했다. 계양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우리는 민주당을 보고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갑 지역에 걸려있는 더불어민주당 현수막 사진. 남해인 뉴스1 기자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에서는 '적극 지지'보다 '소극적 이탈'이 두드러졌다. 부평구에서 만난 황모 씨(32·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굳이 뽑아야 한다면 박 후보를 택할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은 강원도 출신으로 보수 성향이지만, 최근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연수역 인근에서 만난 김성환 씨(52)는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요즘 장동혁 대표가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나"며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모든 표심이 한쪽으로 쏠린 것은 아니다. 유 후보의 현직 프리미엄과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30대 김모 씨는 "30대라면 고민할 결혼과 출산 관련 정책이 마음에 든다"며 "현재 진행 중인 천원주택이라든가 1억 플러스 아이드림과 같은 정책이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바뀌어 기존 정책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연임에 한 표 주려고 한다"고 했다.

김성환 씨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인천시장까지 다 장악하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견제론을 언급했다.

이같은 여론 추세를 보면 이번 인천시장 선거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에 더해, 국민의힘 지지층의 이탈 여부와 투표 참여율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李 대통령 '입' 김남준 "잘 몰라도 민주당"…연수갑 송영길은 변수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계양을과 연수갑 표심도 변수다. 계양을에 전략공천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의 '입'이자 보좌관 출신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후보니까 찍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인지도는 인천 내에서는 확실했다. 그런 만큼 보수 지지층도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분위기였다. 앞서 언급한 김성환 씨는 "국민의힘은 후보도 늦고 서로 싸우는 것만 뉴스에 나온다"며 "(연수갑에 전략 공천된) 송영길 전 대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롭게 옮기게 된 지역구 연수갑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동구미추홀구을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4선을 한 곳인 만큼 "보수세가 만만치 않아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후보 공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황 전 위원장 차출론도 거론되고 있다.

연수역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 씨(47·여)는 "송 전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연수갑 지역이)이래봬도 인천 내에서 보수세가 꽤 강한 곳"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7.7%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정지열 인천 연수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남준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에게 당 점퍼를 전달하고 있다. 2026.4.24 ⓒ 뉴스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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