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범 재판 지연 반대' 유정복, 본인 재판은 연기 요구…근거는?

유정복 측 "시장 직무 수행하며 재판 병행은 지방선거 포기하라는 것"
"기소된 사건은 당내 경선 과정의 문제라 6·3·3 원칙 적용 대상 아니다"

유정복 인천시장(공동취재) 2026.2.2 ⓒ 뉴스1 김민지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정치중대재해법' 제정을 주장하며 법을 지키지 않는 권력기관에 대한 책임 강화를 촉구해 온 유정복 인천시장이 정작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일정 연기를 요청해 대비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김정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시장과 전·현직 공무원 등 7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유 시장 측은 재판 절차 진행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 시장 측 변호인은 "당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선 가능성도 없는 대선 경선에 도리로 나선 것"이라며 "시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재판까지 병행하라는 것은 지방선거를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준비기일에 변호인이 참석하더라도 정식 절차 진행을 지방선거 이후로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방선거 일정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 측은 이날 이른바 6·3·3원칙이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시장 측 변호인은 또 "해당 규정의 목적은 선거에서 당선된 피고인의 당선 여부를 임기 중 확정하자는 데 있다"며 "이번 사건은 당내 경선 과정이 문제가 된 것으로, 우연히 지방선거 시기와 겹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유 시장이 당선된 2022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혐의가 아니고 그 이전 당내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6·3·3 원칙의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날 공판준비절차를 마친 뒤 법정 앞에서 유 시장 측 변호인은 '재판 일정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달라는 요청이 유 시장의 뜻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변호인으로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6·3·3 원칙은 공직선거법상 선거범 사건의 경우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각각 전심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한 규정을 뜻한다. 유 시장 사건은 지난해 11월 28일 기소돼 지방선거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유 시장이 과거 공개적으로 강조해 온 '정치중대재해법' 주장과 맞물린다. 유 시장은 지난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국회와 사법부 등 권력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는 관행을 비판하며, 이를 처벌하는 가칭 '정치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유 시장은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범 재판을 6개월 안에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법부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자를 처벌하듯, 헌법기관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선거법 재판에서는 법정 기한 내 심리 진행보다 선거 일정에 따른 조정을 요청하면서, 말과 행동이 대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유 시장이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진행해달라 하는 건 시민들 입장에서 납득 어렵다"며 "공직자로 떳떳하면 오히려 빨리 재판받기를 요청하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 재판부는 시민들과 차별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대로 6·3·3 원칙을 지켜 지방선거 본격 시작되기 전에 조속히 1심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과 인천시청 비서관, 홍보기획관실 공무원 등 3명은 지난해 4월 9일부터 21일까지 유 시장의 SNS 계정에 당내 경선 또는 대선 관련 게시물 116건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직 공무원의 선거운동 및 경선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유 시장은 선거캠프 법무팀장 A 씨, 자원봉사자 B 씨와 함께 국민의힘 1차 여론조사 전날인 4월 20일 자신의 선거 슬로건 '뜻밖의 승부'가 포함된 음성 메시지 약 180만 건을 유권자에게 발송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전 인천시청 홍보수석 C 씨는 1차 여론조사 당일인 4월 21일, 10개 신문사에 유 시장의 자서전 사진과 정치인·관료 인물평, 약력 등이 담긴 홍보성 광고를 게재한 혐의다.

재판부는 3월 26일 오전 같은 법정에서 추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