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D-100] '학폭근절' '교권회복' 현안 산적한데… 공약 발표는 아직

지역별 후보 단일화 논의 속 '구호'만 반복
본선거 과정서 구체적 정책 제시될 지 주목

ⓒ 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전국=뉴스1) 박소영 기자 = 차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교폭력과 교권 회복 문제는 교육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학교폭력은 대입 전형 전면 반영으로 '입시 리스크'가 됐고, 교권 문제는 교사 개인의 대응을 넘어 사법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국면에서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경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학교폭력 해결'이나 '교권 회복' 등 구호는 반복되지만, 제도적 해법을 놓고 후보 간 차별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폭, 더는 교내 문제 아니다…대입 전면 반영에 '입시 리스크'로

학교폭력은 더 이상 학교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2026학년도부터 수시·정시를 포함한 모든 대입 전형에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의무 반영되면서 학폭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입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갈등이 대학 진학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와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의 2026학년도 수시 전형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대를 제외한 9개 대학에 학교폭력 조치 이력이 있는 수험생 180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162명(약 90%)이 감점이나 부적격 판정으로 탈락했다. 학폭 이력이 전형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와 관련 뉴스1이 전국 시도교육감 예비후보의 정책공약 발표 사례를 살펴본 결과, 김상권 경남도교육감 예비후보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학생 안전 분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는 "학교폭력을 단순한 생활지도 문제가 아닌 범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폭력 전담기구 설치와 법적 대응팀 신설, 피해 학생 보호·회복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강력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반면 다른 시도교육감 예비후보들에게선 학교폭력 대응 공약을 명확하게 발표한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다. 아직 예비후보 등록 기간인 데다, 지역별로 후보 단일화 등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시도교육감 후보들의 보다 구체적인 정책은 본선거 과정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 공약도 일부만 제시…전국적 정책 경쟁은 아직

교권 회복 문제 역시 교육계의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데 이어, 2024년엔 여교사 대상 딥페이크 합성물 유포 사건까지 발생하며 교사들이 교육 현장 밖의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인천에서 발생한 특수교사 사망 사건은 과밀 학급과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던 교사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난 사례로 교권 문제가 개인의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교권 회복을 놓고는 당사자인 교원단체들로부터도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양대 교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권 침해 원인이 생활지도 권한 약화와 학부모 민원·신고 남용에 있다고 보고 "문제 학생의 즉각 분리와 교사 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권 문제를 교사 개인과 학생 간의 대립 구도로만 접근해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과밀학급 해소와 지원 인력 확충, 교육청 차원의 책임 강화 등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유성동 예비후보는 '교육활동과 교권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놓으며 공문서 총량제와 교육활동 소송시 교육감 책임제 등정책을 발표했다.

이대형 인천시교육감 예비후보도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교권 회복과 교육 질서 확립'을 제시했다. 그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체계적인 교사 보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당 공천 없지만 진영 대결…단일화가 좌우하는 교육감 선거

시도교육감 선거는 법적으로 정당 공천과 지원이 금지돼 있지만, 실제 선거 구도는 진보·보수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흘러간다. 각 진영은 본선 경쟁에 앞서 단일화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이 과정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대 진영 후보자에 대한 고발전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로 분류되는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가 보수 진영의 임태희 현 도교육감을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 전 부총리 측은 2023년 7월 불거진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관련해 임 교육감이 사실상 침묵으로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당 간판은 없지만 선거 방식과 전략은 정치인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책 공약과 자질을 비교·검증할 기회는 제한적인 반면,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교육감 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