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에 대한 망상에서 비롯된 '공포의 생일잔치'…무기징역으로 단죄

사제총기 격발 실험·운전 연습까지 '치밀한 준비'
'이중 생활비' 끊기자 분노 쌓여…무기징역 선고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을 발사해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7.30 ⓒ 뉴스1 박지혜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지난 6일 녹색 수의를 입은 60대 남성이 인천지법 법정에 들어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생년월일을 읊었다. 그는 아들을 사제총기로 격발해 살해한 혐의로 선고를 앞둔 아버지였다.

A 씨(64)는 십수년간 뚜렷한 직업 없이 지냈지만, 전처와 아들로부터 받는 돈으로 생활이 궁핍하지 않았다. 전처와 아들이 각각 매달 32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면서, 그는 한 달에 640만원을 유흥비와 생활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가까이 이어진 '이중 생활비'는 결국 들통났다. 전처는 2023년 11월 15일부터 중복 지급 기간만큼 생활비 지급을 끊었다.

돈줄이 막히자, A 씨는 구직에 나서기보다 예금을 해지해 버텼고, 그것마저 소진되자 누나에게 돈을 빌려 근근이 생활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1998년 성범죄로 구속기소 돼 1999년 2월 이혼한 뒤에도 전처와 사실혼 관계를 이어가며 같은 집에서 살았다. 이후 2015년 아들이 결혼해 분가한 뒤에도 가족 모임을 이어왔지만, A 씨의 머릿속에서 분노가 쌓여갔다.

그는 "전처와 아들이 모의해 자신을 속였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전처가 계속 지원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60대가 된 뒤 갑자기 끊어 "아무런 대비도 못 하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전처와 아들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전처가 자신을 '염전 노예'로 여겼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전처가 사랑하는 아들 B 씨(34) 일가를 살해해 복수하겠다는 마음이었다.

1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사제총'…쇠구슬로 산탄까지 개조

A 씨는 2024년 8월 쇠파이프 등으로 산탄을 격발하는 사제총기 영상을 본 뒤, 20여 년 전 구입해 창고에 둔 산탄 180여 발을 떠올렸다. '건장한 성인인 아들을 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범행 도구를 사제총기로 정했다.

A 씨는 2024년 8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사제총기 제조와 산탄 개조 방법을 익혔다. 온라인 쇼핑몰로 쇠파이프 등을 사들여 여러 형태의 사제총을 만들었고,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쇠구슬을 구입해 산탄에 8~10개씩 넣는 방식으로 탄환을 개조했다. 2024년 11월에는 탄두와 화약을 제외한 채 뇌관을 이용해 격발 실험까지 하며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범행을 위한 이동 수단도 준비했다. 10년 가까이 운전을 하지 않았던 A 씨는 2025년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3차례 렌터카를 빌려 양주·남양주·가평 일대를 돌며 운전 연습을 했고, 전처가 근무하는 서울 강남 일대 지점 위치까지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을 발사해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7.30 ⓒ 뉴스1 박지혜 기자
"생일파티 하자" 제안…"살려달라" 애원하는 아들에게 격발

A 씨는 범행 장소로 아들 집을 택했다. 2025년 7월 13일 A 씨는 B 씨에게 "내 생일파티를 집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은 자리였다. 당초 7월 13일로 잡혔던 일정이 7월 20일로 미뤄졌지만, A 씨는 연기된 날짜를 기다렸다.

2025년 7월 20일. A 씨는 렌터카에 사제총기와 실탄 등을 싣고 오후 7시 6분 아들 집이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 아파트에 도착했다. 파티 도중 그는 오후 8시 53분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인근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격발장치 2정, 총열 4정, 산탄 실탄 약 15발 등을 넣은 백팩을 챙겼다.

오후 9시 23분, A 씨는 아들 집 현관 앞 복도에 도착해 총열 4정에 실탄 4발을 각각 장전했다. 오후 9시 30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고 나온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A 씨는 아들의 몸통을 겨눠 1차 격발했다. 총에 맞은 아들이 벽에 기대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A 씨는 추가로 1회 더 격발했다. B 씨는 오른쪽 가슴과 왼쪽 복부 총상으로 숨졌다.

당시 집 안에는 며느리와 손주 2명, 그리고 독일 국적 가정교사도 있었다. 총성을 듣고 집 밖으로 도망치던 가정교사를 본 A 씨는 가정교사를 향해 1회 격발했지만 탄환이 빗나가 현관 도어락에 맞았고, 이어 1회 더 격발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A 씨는 다시 집 안으로 돌아와 총열의 탄피를 제거하고 재장전하며 며느리와 손주들을 향해 다가가 "너희 이리와", "조용히 해"라고 말했다. 며느리와 아이들이 PC룸으로 몸을 숨기자 A 씨는 문을 밀치고 발로 차며 "문 열어"라고 압박했다. 결국 며느리가 경찰과 통화하며 "경찰이 거의 도착했다"는 취지로 큰소리로 말하자 A 씨는 현장을 벗어나 달아났다.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을 발사해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7.30 ⓒ 뉴스1 박지혜 기자
‘사제총’만이 아니었다…자택에 점화장치도 있어

A 씨가 준비한 것은 총기만이 아니었다. 법원은 A 씨가 현주건조물방화도 계획하고 실행에 착수했다고 봤다.

A 씨는 2025년 7월 초부터 시너 34리터 등을 구입해 점화장치를 만들었고,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자신의 서울 도봉구 아파트 방과 거실 9곳에 점화장치 9개를 분산 설치했다. 7월 21일 정오에 시너로 불이 옮겨붙도록 설계한 방식이었다.

경찰특공대가 7월 21일 새벽 4시 17분 장치를 해체하면서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위험은 가까스로 막았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김기풍 부장판사)는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는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준비했지만, 그날 아버지에게 참변을 당했다"며 "며느리와 손주들, 가정교사는 큰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보이며, A 씨는 살인미수와 방화미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해 반성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A 씨의 사건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왜곡된 분노 끝에서 어떻게 지옥의 밤으로 변했는지 보여줬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