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괴롭혔는데 학폭지속성 없다?…법원, 교육 당국 처분 위법

6개월간 이어진 욕설 등에 '서면 사과' 처분
"평판 저하할 수 있는 언행은 언어폭력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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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수개월 동안 언어폭력 등을 일삼은 학생에게 내려진 '서면 사과' 처분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제1-2행정부(김원목 부장판사)는 A 군이 인천남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서면 사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 군은 2024년 6월부터 12월까지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B 군으로부터 반복적인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신고했다.

문제가 된 발언에는 "대답 좀 안 하면 안 되냐, 너 목소리 X 같다", "비켜 XXXX야", "장애인" 등의 표현이 포함됐다.

인천남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이 가운데 일부 발언만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다. 학폭위 이듬해 4월 B 군에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가장 낮은 수위인 서면 사과 조치를 의결했다.

나머지 발언들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오갈 수 있는 언어 표현이거나 직접적인 가해로 보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가해 행위의 지속성이 없고 고의성도 낮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해 학생의 행위를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경미해 보일 수 있으나 두 학생의 관계와 행위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부적절한 언행을 넘어 피해 학생에게 참기 어려운 모욕감과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직접적인 욕설이 아니더라도 주변 학생들 앞에서 피해 학생의 평판을 저하할 수 있는 언행은 언어폭력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해 학생이 실제로 위축감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상,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서면 사과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