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순직 해경 영웅화 폭로 동료들에 보호조치 없어"

4명 내달 복귀 예정…해경 측 "의사 물어본 뒤 검토"
유족 "청장 약속 믿고 옳은 말 했는데 오히려 욕받이 돼"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지난달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사건과 관련해 '영웅화 지시'를 폭로한 동료 4명이 복귀를 앞두고도 조직 내 보호 장치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이 경사의 유족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재석이 사건과 관련해 폭로 기자회견을 한 동료 4명이 다음 달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해양경찰 내부에서는 아무런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이 건넨 녹음파일에는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이 이 경사 동료 4명의 기자회견을 허락하며 "진실을 말해서 불이익이 당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육성이 담겼다.

동료 4명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윗선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김 청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유족은 "청장의 사의로 동료 4명에 대한 보호 약속은 사실상 무효가 됐다"며 "청장의 허락과 보호 약속을 믿고 옳은 말을 한 이들이 오히려 욕받이가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해경 내부 인사 조처나 징계는 동료들의 입을 막고 내부 과실을 덮으려 한 인천해양경찰서장 등 책임자 3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 경사 동료 4명이 휴직상태"라며 "다음 달까지 동료 4명의 의사를 물어본 뒤 현장 복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사는 지난달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노인을 홀로 구조하던 중 숨졌다.

해경청은 사건 이후 진실 은폐 의혹을 받는 당시 인천해경서장과 영흥파출소 소장, 이 경사 당직 팀장 A 경위 등 3명을 직위를 해제했다.

검찰은 이들 3명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과실치사,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중 A 경위는 실제 일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이 우려돼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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