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억울, 진실 밝혀달라" 유족 오열…이재석 경사 영결식 '비통'

(인천=뉴스1) 박소영 이시명 기자 = 갯벌에 고립된 중국국적 노인을 구조하다가 숨진 해양경찰관의 영결식이 15일 엄수됐다. 해경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오전 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서 소속 이재석 경사(34)의 영결식에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관계자와 유가족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경사의 유족들은 추도사와 헌화가 이뤄지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어머니는 "너무 억울하다.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이 경사의 영정사진은 입사하고 난 뒤 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지 전혀 알지 못했던 동료들은 제복을 입은 채 거수경례로 작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경사의 입사 동기인 김대윤 경장은 "이 경사는 언제나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였으며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솔선수범해 친구들을 이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차마 영정사진을 볼 수 없어 사진첩을 봤다. 지나간 추억 속 웃고있는 그의 사진에 더욱 눈물이 흐른다"고 고별사를 전했다.

또 "그 순간 추위와 어둠 속에서 싸웠을 모습이 떠올라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먼훗날 우리가 수많은 얘기를 가지고 갈 테니 그날까지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모두를 비춰 지켜주는 별이 되어 달라"고 했다. 김 경장의 눈물 섞인 고별사가 끝나자 동료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오상권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은 "'2인1조 출동원칙을 왜 준수하지 못했는지', '고인과 연락두절된 이후 동료들을 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 등 명백히 밝혀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진상조사단을 통해 구조 과정 전반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를 주기적으로 유가족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영결식장을 떠난 고인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영면한다. 이 경사에게는 1계급 특진(경사 추서)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A 씨를 확인한 뒤 홀로 출동해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 27분쯤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 41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건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과 함께 당직 근무 중이었지만, 자신과 팀장을 제외한 4명은 휴식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고 당시 당직을 섰던 팀 동료 4명은 영결식 전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담당 팀장이 오전 3시까지 휴게시간을 부여받고 쉬고 있었던 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된 점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