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금으로 모인 돈 김치행사에?…지자체들 '펑펑 지출'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지역 발전에 필요한 특색있는 사업 발굴 못해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마련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일부 지자체가 지역 발전에 필요한 특색있는 사업을 발굴하지 못해 기부자들의 기부 효능감을 높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는 최근 '2025년 2차 고향사랑기금운용계획' 관련 회의를 열고 고향사랑기부금 3000만 원을 '김치 나눔 한마당' 행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미추홀구는 그간 고향사랑기부금을 사용하지 않았고, 올해 처음 김치 행사에 기부금을 사용하기로 했다. 올해 말 기준 미추홀구에 모일 것으로 예정된 고향사랑기부금은 2억 7000만 원이고, 그중 3000만 원을 김치 행사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부금이 아닌 일반예산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고향 사랑'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락재 미추홀구의원(더불어민주당·미추홀나)은 "회의에서 관내 아이들을 위한 사업으로 기금을 사용하자는 내용을 건의했지만, 결국 김치행사에 사용하기로 결정됐다"며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으며 구는 창의적인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관심 있는 지역에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제도로 2023년 도입됐다. 기부자는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고, 최대 1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의 30% 이내로 해당 지자체로부터 특산물 등 답례품을 제공받는다.
지난해 6월부터는 자신이 낸 기부금을 특정 사업에 쓰도록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제'도 도입돼, 일부 지자체에선 지정 기부 사업을 앞다퉈 발굴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예시로 인천 부평구의 경우 지난달부터 '취약계층 아동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대한 모금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으로 취약계층 아동에게 음악과 역사 교육 기회를 제공해 문화·예술적 잠재력을 키우고,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돕는다는 목적이다.
또 충남 청양군의 경우 지난 폭우로 인한 주민 일상 회복 일환으로 1500만 원을 목표로 지정 기부 사업을 제시했다. 이 지자체는 정산 초중고 탁구부의 훈련용품과 대회 출전비 지원을 기정 기부 1호 사업으로 내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기금사업을 발굴해 운영하고 이를 피드백하는 것은 기부자의 기부가 실제로 지역의 현안을 같이 해결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며 "따라서 고향사랑기부제의 기금사업은 일회성 복지사업이 아닌, 기부자와 지역을 연결하고 관계인구를 확대하는 매개체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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