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여생 보내고 싶어"… 100세 앞둔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

안학섭 씨(독자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안학섭 씨(독자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김포=뉴스1) 이시명 기자 = 정부가 북한 송환 요구를 청취한 것으로 알려진 비전향장기수 출신 안학섭 씨(95)가 실제 송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 씨는 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생이라도 동료들이 묻혀 있는 북에서 보내고 싶다"며 "미국에 점령당한 대한민국 독립운동을 멀리하고 이제는 진정한 자주 국가인 북한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비전향장기수'는 광복 및 한국전쟁 후 1999년까지 사회주의, 공산주의 계열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교도소에서 장기간 생활한 과거 자생적 게릴라, 인민군 포로, 남파 간첩 등을 의미한다.

안 씨는 1953년 4월 체포·구금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안 씨는 당시 상황을 두고 "동료들은 '3년 뒤에 보자'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북으로 올라갔지만, 나는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끝까지 맡은 일을 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출소 당시 60대의 나이로 고향인 인천 강화도를 찾은 안 씨는 가족들마저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은 탓에 현재는 경기 김포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안 씨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보안관찰법 등으로 일분일초 행동을 감시당하는 삶을 살아왔다"며 "가족들조차도 나를 감시하면서 옥죄어 오는 것이 싫어 김포로 도망치듯 나왔다"고 설명했다.

100세를 앞둔 안 씨는 최근 폐부종과 심근경색 등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자 지난달 정부에 민원을 접수하면서까지 북으로의 송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안 씨는 "나는 엄연한 '전쟁 포로'였는데 이제는 (정부가)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북한 땅에 묻혀서라도 미군이 대한민국에서 물러서는 것을 학수고대하겠다"고 밝혔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도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네바협약에 따라 판문점을 통해 안 씨를 송환하라고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으로 가는 것을 원하는 송환 희망 비전향장기수를 6명으로 보고 있다.

1993년 3월 19일 북한으로 돌아간 리인모 씨가 첫 비전향장기수 출신 송환자다.

이후 2000년에 돌아간 63명을 마지막으로 남북 간 관련 논의도 없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비전향장기수의 존재는 잊혀 왔다.

s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