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총격 살해범 "지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망상 빠져 범행

이혼 후 '외톨이'라는 고립감…전혀 반성하는 모습 없어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동기는 아닌 것으로 최종 판단

지난 21일 소방 관계자들이 송도 총격 피의자 A 씨(63)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택에 진입하고 있다.(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2025.7.23/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이혼 후 고립감으로 망상에 빠져 범행을 했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29일 오후 인천경찰청 기자실에서 3차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는 이혼 이후 스스로 점차 외톨이라는 고립감에 사로잡혔고, 가장으로서 자존감을 상실한 채 심리적으로 위축돼 간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며 결국 작년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경제적 어려움'이 범행동기는 아닌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A 씨가 프로파일링 면담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이게 동기는 아니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조금 어려워진 것은 맞지만 그게 범행동기는 아니었는데, (프로파일러) 보고서가 그렇게 나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며 "A 씨는 가족들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고, (이혼 15년 후인) 2015년부터 혼자 살게 되자 계속 착각과 망상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한 거지(함정에 빠뜨린 거지)"라고 진술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범행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망상에 빠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가 가족들과 명절, 생일 등을 함께 보내는 등 외견상 특별한 불화나 갈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아들 B 씨(33)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 경찰은 "아들에 대한 애착이 유독 심했다"며 "전처와 아들 모두에게 원망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피붙이인 아들에 대한 원망이 더 컸던 거 같다"고 했다.

A 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