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총 맞았어요"…며느리 다급했던 신고 순간(종합)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사제총기 격발 사건과 관련한 긴박했던 신고 내용이 공개됐다. 또 생일잔치 당시 아파트 방 안에 있던 외국인 여성이 피의자를 피해 대피한 뒤, 다른 아파트 주민이 신고를 했던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25일 뉴스1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사제총기 살인 사건 신고 녹취록을 보면 해당 사건 첫 112 신고 접수 시간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으로, 2분가량의 통화가 진행됐다.

이번 사건으로 숨진 A 씨(33·남)의 아내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O동 O호예요"라고 처음 신고를 접수했다. 이어 "누가 누가 총을 쐈어요. 저희 남편이 총을 맞았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다급히 말했다.

신고 접수 경찰관이 "잠시만요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다고요"라고 묻자 A 씨 아내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빨리 들어가 방으로 들어가"라고 재촉했다. 경찰관은 위치를 다시 확인했고, "총을 쐈다고요"라고 되묻자 A 씨 아내는 "네 총을 총을 만들어 오셔갖고 오셨어요"라고 했다.

경찰관은 "남편분 어디 맞았어요"라고 묻자 A 씨 아내는 "애들 있어요. 배. 배가 좀 맞았어요. 근데 애들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경찰관은 "아버지 술 드시고 온 거예요"라고 물었고, A 씨 아내는 "아니에요 생신파티 중에 잠깐 밖에 나가셨어요"라고 했다.

또 "나갔다고 총 만들어서 오신 거라고요"라는 경찰관 물음에 "네 빨리 좀 와주세요 참 앰뷸런스 불러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관 "신고자분 안전한 곳에 계세요 저희 지금 구급차랑 같이 갈게요"라고 한 뒤, A 씨 아내는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생일잔치가 진행되는 동안 방 안에 있어 상황을 몰랐던 가정교사는 총소리를 듣자 바깥으로 뛰어나갔고, 아래 층 한 집에 들어가 구조를 요청했다.

이 가정교사는 외국인으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고, 해당 집에 있던 주민이 대신 112에 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주민은 "여기 누가 총을 들고 있다고 외국인이 들어와서 그러거든요. 빨리 출동해주세요. 빨리 빨리"라고 말했다.

경찰관이 "외국인이 대신 그 신고자 분 집안에 왔다는거죠. 대신 신고한다는 거죠"라고 되묻자 "네 대신 신고하는 거예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또 주민은 또 "피해자 중 한분이 외국인이에요. 외국인인데 이 사람이 저희집으로 도와달라고 왔어요"라며 "지금 울고 패닉상태예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안방으로 숨었던 A 씨 아내는 피의자 B 씨(62)가 가정교사를 뒤쫓아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원격 장치로 현관문을 열수 있다고 경찰에 알린 뒤 "아버지 안에서 장전하고 계세요 조심하세요"라고 경찰에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원격으로) 현관문 열어드릴 수 있어요 현관으로 가주세요 저희 남편이 쓰러져 있어요"라며 "출혈이 있어요"고 상태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아내는 또 "우리 집이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며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경찰관은 "현장에 있는 경찰관이 전화드리라고 하겠다"고 했지만, 전화가 곧장 오지 않았다.

이에 A 씨 아내는 다시 112에 전화해 "전화가 오지 않는다. 빨리 들어오세요"라며 "저희 남편 죽으면 어떡해요. 빨리 전화주세요"라고 애원했다.

112상황실은 사건 발생 시 내려지는 최고 단계 긴급 지령인 '코드제로(0)'를 발령하고, 신고 접수 2분 뒤인 오후 9시 33분 소방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또 오후 9시 35분쯤 경찰특공대 출동을 요청했다.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인 오후 9시 41분 현장에 도착했고, 같은 시각인 오후 9시 41분 B 씨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파트 1층에 도착, 현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경찰관들은 B 씨의 인상착의를 모르는 상태인 데에다, 여름밤 외부로 나온 주민들과 섞여 B 씨를 놓쳤다고 한다.

이 통화 내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공개된 내용은 112 상황실 통화 내역으로, 당시 출동했던 경찰과도 A 씨 아내가 통화를 하는 등 여러 상황이 있다"며 "총기 사건의 매뉴얼대로 나머지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므로 특공대를 기다렸다. 당시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 중 경찰 특공대 출신이 있어 매뉴얼 대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한편 B 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A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