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약 타이밍 맞췄나?…부천시의회 공공의료원 조례 통과 논란

병상 과잉·2550억 적자 '타당성 없다' 불구 시민단체 압박 속 가결
재정전문가 "사실상 예산 포퓰리즘, 시 살림살이 외면한 처사"

부천시의회 전경 / 뉴스1DB ⓒ News1 정진욱 기자

(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경제성이 없다는 타당성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부천시의회가 시민 발의 '공공의료원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키며 지역 정치권의 '표심 앞 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부천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달 29일 제28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을 재석의원 26명 중 찬성 20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은 시민 8300여 명의 서명으로 지난해 1월 발의됐고 그간 시민단체의 기자회견과 천막 농성 등 강도 높은 압박 속에 시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2023년 6월 진행된 '부천형 공공의료원' 타당성 조사 결과는 냉정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부천은 병상 공급이 이미 과잉 상태이며 2035년 이후에나 300병상 수준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총 사업비 2550억 원, 향후 5년간 운영 적자 674억 원이 예상됐고 사업성 판단 지표인 비용 대비 편익(B/C)도 기준치 1.0에 한참 못 미치는 0.6에 그쳤다.

이 같은 전망은 성남시의 선례에서도 확인된다. 성남시는 2016년 개원한 '성남의료원'에만 총 478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연간 운영비로 485억 원이 들어가는 가운데 올해 240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누적 적자는 연 600억 원 수준이다.

특히 성남의료원은 509병상 중 104병상만 가동돼 가동률이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근 10분 거리 내에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형 병원이 위치해 수요가 분산되면서 저조한 가동률로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 인원도 1229명 중 700명이 채용됐고 이 중 57명은 의사다. 1일 진료 환자는 10.5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남시의 운영 현실은 지방 공공의료원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조용익 부천시장도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약을 철회하고 "공공의료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할 사안"이라고 신중론을 펼친 바 있다.

경제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시의회가 조례안을 처리하자 "정책 판단이 아닌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기상으로 이재명 후보의 공공병원 공약과 맞물리며 민주당 시의원들의 결정에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 A 씨는 "운영적자까지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나온 상황에서 조례를 통과시킨 건 사실상 예산 포퓰리즘"이라며 "시민의 뜻을 존중한다는 명분 뒤에 실질적인 재정 책임은 외면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조규석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 상임대표는 "이번 조례 가결은 바로 시민의 힘,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가 만들어 낸 소중한 성과"라며 "당장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소통하고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oneth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