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별세…"하나님 품에서 안식 누릴 것"
엄숙한 분위기 속 장례…위안부 피해자 7명 남아
또다른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근조화환 놓여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어려운 삶을 사신 우리 어머님, 하나님의 품에서 편해지시길 바란다."
17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길원옥 할머니의 빈소에서 며느리인 조근순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머님의 명복을 빌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현재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전날 오후 향년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유가족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빈소에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근조화환도 놓여있었다. 영정 사진에는 길원옥 할머니가 희미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히 잠드시길 바란다"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인천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 연대에 따르면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길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났다. 가족은 곧 평양시 보통강 근처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길 할머니는 평양역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기차에 태워졌고 도착한 곳은 공장이 아니라 한참 일본군이 전쟁을 하고 있는 만주의 전쟁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만주의 위안소에 끌려가 고초를 겪다가 1년 뒤 병을 얻어 고향에 돌아왔지만, 가난한 집안 살림을 도우려 1942년 또 중국으로 가 위안소에 끌려갔다.
길 할머니는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을 하고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수요시위에 참가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했고,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알렸다.
길 할머니는 생전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옷을 입혀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라며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라는 것이고, 그 진실을 기반으로 해서 공식 사죄, 법적 배상하라는 것이지 돈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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