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 엉덩이 들이댄 길고양이…선재도 간 3677동물구조대

수의료 봉사, 로드킬 방지 캠페인 등 펼쳐
사람 예의 지키고 배려하며 지자체와 협의

선재도 고양이 ⓒ 뉴스1
선재도에 설치된 골목길 서행 표지판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국내에 있는 섬이 3,677개라고 합니다. 섬에 사는 소외된 동물들이 사람들과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3677동물구조대를 만들었어요."

반려묘 보호자인 하시내 보다미디어그룹 프로듀서.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3677동물구조대를 결성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8일 인천 옹진군 선재도 내 선재낚시공원. 수의사, 훈련사, PD, 동물단체 등으로 구성된 3677동물구조대는 이곳에서 '선재도 편' 기술시사회를 가졌다.

이날 시사회에는 SBS 'TV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진 박순석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원장과 홍지희 탑케어동물의료원 원장, 김정희 잠실동물병원 원장, 박성진 우분투파크 대표,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 슈퍼마이펫을 이끌고 있는 배우 김하영 씨 등이 참석해 봉사활동의 추억을 공유했다.

3677동물구조대는 8일 인천 옹진군 선재낚시공원에서 '선재도 편' 기술시사회를 가졌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길고양이 안전지대된 낚시터에서 의료봉사

3677동물구조대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2월 전남 신안군 부소도에서 강아지 초코를 시작으로 홍도, 비금도와 도초도, 인천 강화도의 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했다.

지난해에는 선재도, 거금도, 수치도 등을 찾아 강아지, 고양이를 구조하고 공존 캠페인을 펼쳤다. 대청도와 소청도 봉사는 동물병원그룹 '벳아너스'와 협업을 통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선재도는 지난해 3월 방문했다. 이곳에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선재낚시공원이 있다. 낚시터와 바로 옆 선재담 글램핑&카라반 리조트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해 애견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낚시터의 특성상 먹이가 풍부해 길고양이들이 꽤 많았다. 유기가 의심되는 품종묘들도 있었다. 낚시꾼들에게 새우를 얻어먹으려는 고양이들은 사람 손을 탔다. 낯선 사람에게도 '궁디팡팡'을 해달라며 엉덩이를 들이대는 귀여운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이런 고양이들을 보호해준 사람들은 조부형 선재낚시공원 대표와 연보라 팀장. 이들은 사무실 내부에 캣타워를 설치하고, 고양이들을 소개하는 전단지를 부착해 친근감을 더했다.

조부형 대표는 "외부에 있던 고양이들이 다 자라면 낚시터로 들어온다"며 "야외에서 살다가 로드킬도 당하고 많이 죽어서 낚시터에서 보호했더니 고양이들의 안전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선재낚시공원 사무실에 설치된 캣타워 ⓒ 뉴스1
선재낚시공원 건물에 부착된 고양이 소개문 ⓒ 뉴스1

암수 분리 보호가 힘든 길고양이들의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한다. 고양이들은 영양 상태가 좋아질수록 번식률이 올라간다. 개체수가 급속도로 불어나면 각종 민원의 대상이 된다. 고양이에게 사료를 줄 때 책임감을 갖고 중성화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광주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인 송정은 수의사와 박순석·김정희 수의사 등은 선재낚시공원 일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의료 봉사에 나섰다.

조부형 대표는 선재도 고양이들이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했다. 그는 고양이에게 손가락을 물렸어도 아픈 내색 없이 웃으며 회복할 때까지 돌봐줬다.

봉사활동 이어 캠페인으로 공존 문화 조성

3677동물구조대는 '공존' 캠페인도 펼쳤다.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 참치가 캠페인 시작 계기가 됐다. 구조대는 옹진군을 설득해 길고양이 로드킬 방지를 위한 과속방지턱을 만들었다. 표지 알림판도 제작했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동물단체나 활동가들 중에는 동물보호에 대한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다짜고짜 욕설을 하거나, 세금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민원 제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을 배려한 인식 개선에 나섰다. '골목길 서행' 표지판에는 어린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그려넣어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영 보다미디어그룹 프로듀서는 "PD들이 촬영을 하고 방송을 하지만, 방송 이후에도 구조대의 공존을 위한 활동들이 휘발되지 않아야 했다"며 "이를 기억하고 문화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다 지자체와 협의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재도 내 설치된 고양이 로드킬 방지 표지판 ⓒ 뉴스1
선재도 내 설치된 고양이 로드킬 방지 표지판 ⓒ 뉴스1
선재도 내 설치된 고양이 로드킬 방지 표지판 ⓒ 뉴스1

이날 시사회를 관람한 허지윤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부대표는 "낚시터의 고양이들이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며 따뜻한 변화를 이끈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전했다.

3677동물구조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순석 원장은 "선재도가 동물병원이 없는 섬이다 보니 중성화 수술을 안 한 고양이들이 늘어나고 로드킬을 당해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는 가두리 양식장 경비견 등 섬에서 소외받는 동물들을 위해 어디든지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677동물구조대의 활약을 그린 시사 다큐멘터리 '선재도 편'은 향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방영될 계획이다.

대청도 및 수치도 편 등은 유튜브 채널 '3677동물구조대'에서 볼 수 있다.[해피펫]

선재도를 찾은 아이들이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 뉴스1
선재도에서 공존을 모색한 사람들. 왼쪽부터 김정희 박순석 수의사, 선재낚시공원 조부형 대표와 연보라 팀장, 최우영 PD ⓒ 뉴스1

news1-10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