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잃은 형, 기억 잃었으면"…'라면형제' 친구들, 눈물의 추모행사

라면형제 모교 학생들, 숨진 동생 추모·형의 빠른 쾌유 기원

2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라면형제'의 모교에는 숨진 동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등교 학생들은 동생을 추모하고 형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리본에 적은 뒤 학교 내 설치된 철조망에 묶었다.2020.10.22/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제 친구인줄 그 친구의 동생인줄 몰랐는데…너무 마음이 아파요, 동생은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친구(형)는 빨리 회복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22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라면형제로 알려진 형제의 모교에서 진행된 추모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 A군(11)은 이같이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A군은 "처음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아는 친구인거 같다는 생각은 얼핏 했지만, 설마 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한동안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형은 친하지는 않았지만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장난끼가 많았던 친구로 기억한다"면서 "동생도 자주 봐서 알고 있었는데, 또래보다 많이 작고 왜소했다"고도 했다.

A군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아들 학교 친구인지 몰랐는데, 학교로부터 안내 메시지를 받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 일 같지가 않아 눈물이 났다"면서 "당시 애들을 두고 일하러 나갔을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지, 전후사정을 모르고 너무 나쁜 엄마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 학교는 화재 사고 후 '라면 형제'로 알려진 인천 초등생 형제의 모교다. 학교는 전날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22일 등교수업을 한 이 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작은 추모행사를 열었다.

학교는 등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숨진 동생의 안녕을 기원하고 형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리본에 적은 뒤 학교 내 운동장에 설치된 철조망에 묶는 추모행사를 가졌다. 철조망에는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마음과 형이 하루빨리 회복돼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리본들이 한가득 묶여 바람에 나부꼈다.

이 추모 행사에 참여한 6학년 송민찬군은 "형이 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을 잃고 남은 형이 아픈 기억 탓에 평범하게 살아가지못할 것을 걱정해서다.

송 군은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면서 "동생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말에 안타까웠고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도 했다. 이어 "형에게는 트라우마가 남겠지만, 극복해 우리와 같이 일상에서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김우성군, 사동휘군, 백라임양은 추모행사에 참여한 뒤 "형이 동생을 감싸다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면서 "우리 학교 학생인 줄 몰랐는데, 알고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좋지 않아 리본에 동생은 좋은 곳으로 가길, 형은 앞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적었다"고 했다.

22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라면형제'의 모교에는 숨진 동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등교 학생들은 동생을 추모하고 형의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리본에 적은 뒤 학교 내 설치된 철조망에 묶었다.2020.10.22/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숨진 동생의 빈소는 전날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동생의 발인은 23일이다.

동생은 21일 오후 3시38분쯤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동생은 전날 저녁부터 호흡이 불안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동생의 상태가 계속해서 좋지 않자 이날 오전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동생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2시간30여분에 걸쳐 심폐소생술 등 처치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동생은 형과 함께 지난달 14일 화재로 중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사고 발생 사흘만인 9월17일 잠시 의식을 차리고 회복해 호전되는 듯 했다가 다시 의식불명에 빠졌다.

추석 연휴엔 형제 모두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형제의 어머니는 첫째의 상태에 대해서는 "의식이 또렷하고 대화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둘째에 대해서는 "의식은 회복됐으나, 고갯짓만 가능한 정도"라면서 "몸이 굳어서 한쪽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사고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도시공사 임대주택인 4층짜리 건물 2층에 위치한 10살과 8살 된 형제의 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형제가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한 탓에 소방대원들은 위치추적을 통해 현장을 찾아야 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형은 전신에 40%, 동생은 5%가량 화상을 입은 뒤였다. 조사 결과 사고는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형은 현재 상태가 호전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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