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안경·단추·USB로 위장된 몰카 불법수입·유통한 업체들

2014∼2017년 764개 불법수입해 645개 국내 유통
화장실·여성 탈의실 등 성범죄 이용 가능성 높아 ‘주의’

불법수입된 초소형 몰래카메라들 (관세청 제공) 2017.8.31 ⓒ News1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은행 직원 A씨(45)는 자신이 일하는 은행의 여성 탈의실을 엿보고 싶었다. 그 순간 그가 떠올린 건 소형 몰래카메라였다.

크기도 작고 안경, 손목시계, 자동차 열쇠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여성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물품이면 촬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몰래카메라는 손목시계형이었다. 여직원 중에 안경을 쓴 사람이 없었고, 자동차 열쇠형은 주인을 찾아준다면서 카메라를 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직원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잘 나오는 장소에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하지만 A씨의 바람은 낯선 손목시계를 보고 이상하게 여긴 여직원이 바로 신고하면서 금방 들통났다.

소방관 B씨(29)는 여대생들을 몰래 촬영하려고 볼펜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했다.

카메라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주말에 근처 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촬영했다.

하지만 B씨의 촬영도 볼펜을 들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B씨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한 여대생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이 B씨의 볼펜형 몰래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해당 몰래카메라에는 B씨가 이날 촬영한 영상 외에 다른 영상은 없었다.

볼펜, 자동차키, 라이터, 손목시계, 단추 등 성범죄에 주로 이용되는 소형 몰래카메라를 국내에 몰래 들여온 수입업체들이 세관당국에 적발됐다.

관세청은 올해 7월10일∼8월11일 속칭 초소형 몰래카메라인 초소형 디지털캠코더를 중국에서 불법수입한 업체 3곳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년여간 중국산 초소형 몰래카메라 764개(55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한 뒤 이중 645개를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은 이들이 아직 판매하지 않은 몰래카메라 119개를 압수했다.

이들은 몰래카메라를 마치 자기가 사용하거나 다른 제품인 샘플인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몰래카메라 수입시 필요한 국립전파연구원의 검사를 받지 않는 수법으로 몰래카메라를 밀수입했다.

이들이 밀수입한 몰래카메라는 자동차 열쇠, USB, 안경, 손목시계, 볼펜, 단추, 라이터 등으로 모두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다. 이들은 몰래카메라 1개당 20만∼30만원에 판매했다.

특히 외관상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 수 없어 사생활 침해나 범죄에 악용되기 쉬웠다.

세관당국은 앞으로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1년 1535건이었던 국내 몰래카메라 이용 촬영 범죄는 2015년 7615건으로 으로 4년새 5배 가량 급증했다”며 “앞으로 몰래카메라 등 국민생활 안전을 침해하는 불법 수입물품·유통 행위를 막기 위해 화물검사를 강화하고 시중단속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말했다.

ym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