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조합원, 재개발 매몰비용에서 자유로워져
인천지법 판결 분석…“재개발 해제 발걸음 빨라질 듯”
- 강남주 기자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총회 의결 없이 재개발사업 매몰비용을 일반 조합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인천지법의 최근 판결을 놓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천 부개2 재개발조합 전 임원 6명이 조합원 84명을 상대로 낸 매몰비용 분담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합이 변제해야할 차입금 등을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기 위해선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러한 절차 없이는 조합원이 분담금(매몰비용)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며 한 때 광풍이 일었던 재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을 전후로 부동산 침체와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잘 나가던 때’에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뛰던 재개발구역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잘 나가던 재개발, 부동산 침체와 함께 쇠락
쇠퇴기가 되자 집이 팔리지도 않고, 건축제한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어려워진 주민들의 재개발사업 취소 요구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정치권과 정부는 2012년 주민들이 자진해서 조합을 취소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했다.
부개2구역도 이 개정법에 의해 주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무산시킨 경우다.
부개2조합은 지난 2008년 10월 한신공영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19억2200만원을 사업추진비로 차입했다.
그러나 사업이 무산되자 한신공영에게서 차입한 돈을 다시 돌려줘야할 상황에 처한 조합 임원들이 조합원들도 차입금을 분담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한신공영은 당시 임원이었던 이 소송의 원고들을 대상으로 차입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18억9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개발사업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컨설팅을 담당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가, 조합 단계에서는 시공자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사업비를 빌려준다. 시공자 등이 빌려준 이 사업비가 사업무산 때에는 매몰비용이 된다.
업계는 이번 판결로 조합 단계에서의 매몰비용 부담주체가 명확해 졌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매몰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느냐를 놓고 업계에선 설왕설래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일반 조합원들은 매몰비용에서 다소 자유로운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은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조합 정관에 “정비사업비, 청산금, 부과금 등에 대한 조합원의 납부의무를 명시했다”며 “이에 따라 일반 조합원도 매몰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이 같은 주장은 인정하면서도 “조합이 총회를 열어 조합원에게 매몰비용을 분담시키는 결의를 했을 때 비로소 확정적으로 발생한다”고 못 박았다.
◇“정부도 매몰비용 부담해야”
법원의 이 같은 내용의 판결은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2재개발구역에 이어 두 번째다. 업계는 이에 따라 관련 내용으로 소송이 진행중인 다른 구역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의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매몰비용 관련 소송이 수도권에서만 수십건 진행중이다”며 “이들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일반 조합원들의 사업 취소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개발사업은 조합설립-시공자 선정-사업시행인가의 절차를 거쳐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조합원 재산의 권리가액이 확정된다. 조합은 이 같은 조합원 권리가액을 정한 후 총회를 열어 의결을 하는데, 이 때 조합원의 분담금(매몰비용 포함)도 정해진다.
매몰비용에서 자유로워진 일반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조합을 해산시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 이라는 얘기다. 조합도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서 조합원과 조합 간 충돌도 예상된다.
손 놓은 정부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나온다.
인천시 한 공무원은 “정치권과 정부가 재개발구역을 쉽게 해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매몰비용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소송이 난무한 것”이라며 “매몰비용을 조합과 지자체에만 떠넘기지 말고 일정 정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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