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의결 없는 재개발 매몰비용, 조합원 책임 없어"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총회 의결 없이 재개발사업의 매몰비용을 조합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강석규)는 14일 인천 부개2 재개발조합 전 임원 6명이 조합원 84명을 상대로 낸 매몰비용 분담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이 변제해야할 차입금 등을 조합원들에게 분담시키기 위해선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러한 절차 없이는 조합원이 분담금(매몰비용)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재개발사업 무산으로 조합의 전 임원들이 시공자인 한신공영에게서 차입한 돈을 다시 돌려줘야할 상황에 이르자 조합원들도 차입금을 분담해야 한다며 제기했다.

부개2 재개발조합은 지난 2008년 10월 한신공영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19억2200만원을 사업추진비로 차입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원의 과반 동의를 얻어 2012년 12월 조합설립인가를 취소시켜 무산됐다.

사업이 무산되자 한신공영은 당시 임원이었던 이 소송의 원고들을 대상으로 차입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18억9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전국 곳곳의 재개발사업이 무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특히 조합단계에서 사업이 무산될 경우엔 모호했던 매몰비용 부담주체에서 조합원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 명료화돼 향후 조합원에 의한 재개발사업 해제가 가열될 전망이다.

재개발사업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사업 해제시에만 매몰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3월 시행되는 개정법에도 조합단계에서의 매몰비용은 지자체가 직권으로 해제할 경우에만 적용돼 부개2구역과 같이 조합원이 자진 해제할 경우는 매몰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대출 변호사(법무법인 씨티즌)는 “이번 판결은 정든 삶의 터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재개발사업을 무산시킨 부개2구역 주민들의 노력의 결과”라며 “조합 단계에서의 매몰비용 부담주체가 확인된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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