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비상' 그 후…도정 긴축 넘어 공공기관·시군·복지로
5465억 원 세출 구조조정…공공기관 인건비·공공병원 운영비도 비상
도비 보조율 30% 기준 적용에 시군 반발…산후조리비 종료엔 도민 청원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지 한 달여 만에 경기도의 긴축 여파가 도청을 넘어 산하 공공기관과 31개 시·군, 도민 생활 현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청 행정운영경비와 업무추진비 삭감에서 시작해 산하 공공기관 출연금과 사업비가 줄었고, 일부 기관은 하반기 인건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내년도 시·군 보조사업의 도비 지원 기준도 낮아질 전망이다. 기회소득 등 각종 사업 축소에 이어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를 둘러싼 반발까지 나오면서 재정 긴축의 파장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5일 세수 감소와 누적 채무 부담 등을 이유로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같은 달 19일 42조 2420억 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기존 사업 1300여 개를 대상으로 5465억 원의 세출을 구조조정했다.
행정운영경비 222억 원을 감액하고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도 4억 원 삭감했다. 최근에는 직원 관사·통근버스·복지포인트 등도 긴축 대상에 포함돼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하 공공기관도 예산 조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경기연구원, 경기관광공사, 경기아트센터,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등 6개 기관의 출연금 522억 원이 감액됐다.
기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문제까지 불거졌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도일자리재단,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 일부 기관은 올해 10~12월 인건비가 제2회 추경에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직원 370여 명의 급여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기본경비와 사업비 등을 조정해 인건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안성·포천 등 5개 병원의 9~12월 인건비 약 110억 원도 제2회 추경에 편성되지 않았다. 공공병원 운영에도 재정 압박이 커진 셈이다.
긴축의 부담은 시·군으로도 번지고 있다. 도는 최근 31개 시·군에 2027년도 본예산 편성과 관련해 시·군 보조사업 가운데 도비가 30%를 초과하는 사업에는 기준 보조율 30%를 적용하고, 도의 의무부담 근거가 없는 일부 국고보조사업의 도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도내 시·군 보조사업 961개 가운데 421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도비 지원이 줄어들 경우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시·군이 부족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도비 축소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시·군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국비와 도비, 시·군비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도비가 편성되지 않으면서 일부 시·군이 부족분을 자체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7일 시·군별 재정 여건과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보조율 조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건의문을 추 지사에게 전달했다.
재정 긴축의 여파는 도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술인·체육인 기회소득은 하반기, 기후행동 기회소득도 지난 8월부터 리워드 지급이 중단됐다. 다만 이들 사업은 사업별로 예산 소진이나 정책 조정 등 배경이 달라 '재정 비상 선언에 따른 일괄 삭감'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산후조리비 지원 종료를 둘러싼 반발도 나왔다.
도는 출산가정에 출생아 1명당 5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온 산후조리비 사업을 9월 30일 신청분까지만 운영하고 종료하기로 했다. 정부의 첫만남이용권과 시·군 출산지원금 등 유사 지원제도가 정착·확대된 데 따른 모자보건사업 재구조화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9일 '11월 첫아이를 만나는 예비 아빠'라고 밝힌 도민이 경기도청원에 사업 종료에 대한 경과조치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10~12월 출생아도 기존 산후조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도지사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감액된 민생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가 삭감 예산을 잇따라 복원하면서 오는 17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18일 제4차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도의회가 증액안을 의결하더라도 도가 동의하지 않거나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추 지사는 '재정 비상'을 선언하면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며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재정 건전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선 직원 급여와 공공병원 운영, 시·군 부담 증가, 복지사업 축소를 둘러싼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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