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상 선언 추미애, '삭감' 넘어 출구전략 있나

'도비 보조율 30%'에 시·군 반발…"구체적 시간표 제시해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 이후 갈등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출구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추미애 지사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임기 첫 대집행부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2026.9.2 ⓒ 뉴스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이후 경기도의 재정 문제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감액추경에 이어 내년도 도비 보조사업의 지원 비율을 원칙적으로 30%까지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도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장·군수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경기도 폐지'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 지사는 지난달 5일 취득세 감소와 의무지출 증가 등을 이유로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애초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필요성을 제시했고,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는 5465억 원을 세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데다 복지 등 의무지출이 증가하면서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불요불급한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을 정비하고 중앙정부에는 지방재정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도비 보조율 30% 조정'이 촉발한 광역-기초단체 갈등

문제는 긴축의 부담이 시·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는 2027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도비 보조사업의 보조율을 원칙적으로 30%까지 조정한다는 방침을 31개 전 시·군에 통보했다. 기존 도비 비율이 40~50%, 많게는 70%였던 사업은 시·군이 추가 부담을 떠안거나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복지·민생 분야 사업은 도비가 줄었다고 쉽게 중단하기 어려워 시·군 입장에서는 사실상 재정부담 전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으로서 경기도 도비 보조사업 조정과 관련한 건의문을 경기도 정무수석을 통해 추미애 도지사님께 전달했다"며 "도민의 삶과 직결된 필수 서비스는 지켜야 한다는 31개 시·군의 우려를 모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의회에서도 감액추경 자체보다 삭감 기준과 재정 운용 방식,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을 놓고 여야 없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정위기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률적인 삭감이나 시·군으로의 부담 전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도비 매칭 비율 축소 방침을 비판하며 "이번 기회에 경기도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라고 밝혔다. 정치적 수사에 가깝지만 갈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구전략, '몇 년 안에 어떻게'가 빠졌다

이번 재정위기 해법은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줄인 뒤 어떻게, 언제까지 정상화할 것이냐'는 출구전략을 얼마나 치밀하게 수립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경기도의 메시지는 감액추경과 보조율 조정, 정부를 향한 재정구조 개혁 촉구 등에 그칠 뿐 언제까지·어떤 지표로 정상재정에 복귀하겠다는 시간표는 없다. 이는 결국 통합재정수지 균형 회복 목표 연도나 취득세 의존도 완화 목표치 같은 구체적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세입 확충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3%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은 경기도 단독이 아닌 전국 시도 협의체 차원의 공동 건의가 필요하고, 반도체·바이오 등 산업단지·투자유치 프로젝트는 실제 지방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시점과 규모를 제시해야 '공허한 구호'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완화 역시 지자체 간 재정력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기준보조율 체계 개편 요구와 맞물려 구체안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비 보조율 30%'라는 일률적 기준보다 재정자립도·재정자주도·사회복지비 비중 같은 지표로 시·군을 구간화해 보조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시·군에는 40% 이상을, 여력이 있는 시·군에는 30% 수준을 적용하는 식이다. 경기도 역시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군에 대해서는 차등적인 보조율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출구전략을 수립한다면 이행 점검 장치도 필요하다. 분기 단위 재정상황 점검 및 도의회 보고 의무화, 시·군·도·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결국 이번 재정위기는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광역·기초단체가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나누고 어떤 역할을 맡을지의 문제다. 삭감 규모 제시에 그치지 않고 정상재정 복귀를 위한 구체적 시간표와 세입 확충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세출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지만 도비 지원을 줄여 시·군 부담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사업별 우선순위와 재정력을 고려한 차등적 분담 원칙, 취득세 의존도를 낮출 세입 확충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출 삭감과 세입 확충, 광역·기초단체 간 역할 재정립,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장치까지 갖춰야 재정위기를 넘어 출구전략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