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840㎞ '반도체 시대' 전력망으로…경기연구원 제안
도로 유휴부지에 태양광 588㎿·휴게소 등에 ESS 설치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경기연구원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내 고속도로를 송배전망과 태양광 발전시설 등에 활용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제안했다.
경기연구원은 3일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를 통해 도내 840㎞에 달하는 고속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전력망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경기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오는 2050년 도내 연간 전력 사용량이 약 28만 5000GWh로 현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시설을 확충하는 것뿐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보내는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대규모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할 경우 주민 반대와 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입지 선정과 건설에 장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국가가 확보한 고속도로 부지를 활용하면 사유지 보상과 주민 갈등을 줄이면서 송배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해안 간척지인 시화·화옹·평택호 등에서 생산되는 약 3GW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반도체 산업이 밀집한 경기 남부로 보내기 위해 서해안·평택시흥고속도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이 방식을 적용하면 기존 송전선로 건설에 평균 13년가량 걸리는 기간을 5~7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태양광 발전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도내 고속도로 비탈면과 성토부, 방음벽 등 약 840㎞ 구간을 활용하면 588㎿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연간 773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등 주요 거점에는 4㎿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낮 동안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 가운데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한 뒤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기존 배전선로가 수용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량을 14㎿에서 18㎿로 확대할 수 있어 대규모 송전망이 구축되기 전에도 태양광 발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이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도민이나 지역 주민이 사업비의 4% 이상을 분담한 후 태양광 발전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역 주민과 나누는 것이다. 연구원은 주민들이 사업의 투자자로 참여하면 발전시설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입지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하는 3자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는 정책을 총괄하고 국가 전력망 계획 반영을 추진한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부지와 관로를 제공하고, 한국전력은 송전 병목 해소와 향후 전력망 인수를 맡는 방식이다.
연구원은 우선 서해안 간척지 태양광 발전을 연결하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뒤 경부·영동고속도로 등 경기 남부 전역과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패는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속도로를 활용한 에너지망 구축은 주민 갈등과 토지 보상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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