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3개 대학·3개 학과'로 축소돼선 안 돼"
우흥명 강원대 교수회장 "단기 공모 벗어나 고등교육 구조 바꿔야"
- 이윤희 기자
(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 =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일부 거점국립대와 특정 학과에 재정을 집중하는 단기 공모사업으로 축소됐다고 우흥명 강원대 전체교수회장 겸 대학평의원회 의장이 비판했다. 고등교육 재정과 지역대학 육성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1일 2026년 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사업의 첫 지원 대상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를 선정했다. 이들 대학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 AI 거점대학, 5극3특 공유대학 구축을 위한 재정이 지원된다.
핵심 패키지 지원액은 대학당 연평균 약 700억 원이다. 기존 국립대학육성사업 증액분 등을 합하면 추가 지원액은 연간 1000억 원 안팎이다.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제28대 상임회장을 지낸 우 의장은 교육부 발표 직후 자료를 내고 선정된 세 대학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국가적 약속이 일부 대학과 학과를 단기간 육성하는 공모사업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교육·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청년의 지역 정착을 이끌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첫해부터 9개 거점국립대를 경쟁시켜 3개 대학만 선정하고, 대학 안에서도 소수 학과와 조직에 지원을 집중해 정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게 우 의장의 판단이다.
우 의장은 "이대로라면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3개 대학의 3개 학과 만들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단과대학과 연구원, 전담기구에 재정이 집중되면 기존 학문 생태계가 약해지고 선정 학과와 비선정 학과 사이의 교육·연구 여건도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신규 교원과 기존 교원의 처우 차이, 사업 종료 이후 신규 채용 교원의 고용과 개편된 학사구조에 대한 지침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우 의장은 "새 조직을 만드는 데 앞서 노후시설과 교육·연구 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재정계획과 사업 종료 이후의 지침이 없는 사업은 학내 갈등을 키우고 단기성 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 부족도 짚었다. 'OECD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전체 교육단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131.8%였지만, 고등교육 단계 학생 1인당 교육기관 지출액은 OECD 평균의 68.5%, 정부재원은 OECD 평균의 43.8%에 그쳤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초·중등 재정을 일률적으로 줄일 것이 아니라 돌봄과 기초학력, AI·AX 전환, 대학 연구개발과 평생 재교육을 함께 놓고 총 교육재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의사결정과 학문 간 조정은 자율에 맡기되 국가사업의 방향과 지속 가능한 개혁 지침은 정부가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책 수립부터 실행까지 교육계와 소통하며 예측 가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전환 방안으로는 △총교육재정 재설계와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충 △국립대학법 제정 △대학 전체의 AI·AX 전환 △국가 교육 컨트롤타워 확립 △교육계와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 소통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우 의장은 "사업의 성패는 일부 대학과 학과의 단기 성과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교육·연구 역량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단기 공모사업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할 수 있는 중장기 고등교육 발전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y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